정몽구 회장, 세계5위 자동차 그룹 이끈 '품질경영 신화'

원성열 기자 2021. 2. 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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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정몽구 회장의 업적과 현대차의 과제
IMF 때 기아차 인수 회생 성공
19년간 자산 34조서 234조 늘려
해외공장 건설 유례없는 고성장
美서 10년 10만 마일 보증 유명
올해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개편 숙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6년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유럽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지금껏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현대·기아자동차가 성장을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외 판매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생산과 품질 향상에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02년 1월 울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품질’을 강조하며 이와 같이 주문했다. ‘품질경영’으로 대표되는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 현장에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까지만 해도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량에서 10위권 밖이었던 현대차그룹을 2000년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시켰고, 2010년에는 포드를 제치고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판매량 5위에 올려놓았다.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에 유래가 없이 짧은 기간인 단 10년 만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5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 명예회장이 늘 강조하던 ‘품질 경영’에 있다.

품질경영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세계 최단기간 글로벌 5위 달성

정 명예회장은 품질과 현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과감하게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시켜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육성했고, 한보철강과 현대건설을 인수해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냈다.

2000년 9월 기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10개 계열사의 자산 규모는 34조4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말 기준으로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06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진화시켰다.

정 명예회장의 저력은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진가를 나타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정 명예회장은 전 세계에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글로벌 시장을 직접 발로 뛰며 생산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펼쳤다. 특히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서플라이 체인 혁신을 매개로 협력업체의 글로벌 성장도 촉진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공장을 건설하면 국내 부품업체가 공동 진출했는데, 이는 정 명예회장이 강조한 동반성장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은 선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국내 소재산업 도약도 이끌었다. 일관제철소는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춰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이 같은 혁신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인정받아 올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그룹의 남은 과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안정적 경영 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상장사 중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 30% 미만인 회사는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오너일가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정의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9.9%) 가운데 1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업계에서는 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동시에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로 짜여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외부 투기자본 공격에 취약한 순환출자를 깨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 뿐이다. 정의선 회장 체제를 맞은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깨고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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