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설주, 세밀하게 맞춘 퍼스트레이디 패션코드"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1. 2. 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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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원 박계리 교수, 北 패션·메이크업 분석
리설주·北 당국 모두 '퍼스트레이디' 패션 의식
2012년 北 권장하는 '조선옷' 대신 '양장' 첫 등장
몸매 드러나는 원피스·바지..'세련된 모습'으로 인식
'단아한' 퍼스트레이디 패션으로 정착
김여정, 단정한 투피스 차림 '일하는 여성' 패션
'샤넬라인' 치마 정장을 입은 북한 리설주 여사. 연합뉴스
"우리가 공식석상에서 보게 되는 리설주의 옷차림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옷차림입니다. 리설주와 북한 당국 모두가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최근 옷차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박계리 통일교육원 교수는 작년 말 발간한 책 '패션&메이크업으로 본 북한사회'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의 옷차림을 "리설주와 북한 당국 모두가 의식하고 있는 퍼레스트레이디로서의 옷차림"으로 평가했다.

박계리 교수는 그 이유로 "북한이 요구하는 사회주의 옷차림의 도덕적 기준을 따르면서도 구두와 가방까지 세밀하게 패션코드를 맞추고" 있으며, "때로는 명품 가방을 당당히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리설주의 옷차림에도 시기별 변화가 있었다. 리설주는 2012년 첫 등장부터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권장했던 '조선옷 차림'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리설주는 북한 사회가 권장하지 않는 몸매가 잘 드러나는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으로 김정은의 현지 시찰에 동행한 적이 있고, 바지를 입은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리설주 패션, 금기를 어긴 옷차림보다는 '세련된 모습'으로 평가

박 교수는 "이러한 리설주의 패션은 금기를 어긴 옷차림이라는 인식보다는 세련된 모습으로 북한 인민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이는 북한 사회 안에서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북한 외부의 유행이 장마당 등을 통해 북한 내부로 파급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북한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는 것이 북한 내부 인물의 옷차림이라는 것이다.

이후 리설주의 옷차림은 점차 북한 사회가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단정하고 세련된' 옷차림으로 정착되어 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표적으로 치마의 길이를 들 수 있다.

박 교수는 "북한 여성들의 치마 길이는 조금씩 무릎 윗선으로 변모해 갔지만, 리설주 옷차림의 치마 길이는 무릎 밑으로 손가락 2개 사이의 길이로 정착되어 간다"며, "이는 흔히 '샤넬라인'이라고도 하는데, 앉았을 때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전통적으로 북한 사회에서 선호하던 치마 길이"이라고 설명했다.

리설주가 양장만 입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화려한 장식을 배제한 고운 색감의 한복(조선옷)으로 단아한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했다.

2018년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에 갔을 때에 리설주는 백두산 천지에서도 정장 치마를 고수했는데, 중요한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여전히 바지차림을 금지하는 북한 사회의 옷차림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북한 리설주 여사. 연합뉴스
◇北에서 유일하게 브로치를 달 수 있는 여성 리설주

리설주는 특히 북한에서 거의 유일하게 브로치를 달 수 있는 여성이다. 이는 김일성·김정일 초상 휘장과 관련이 있다.

모든 북한 사람들은 상의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브로치처럼 달고 다니지만,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의 상의에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이 보이지 않는 때가 많다.

백두혈통 김여정의 상의에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이 보이지 않았던 적이 없음을 감안하면,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은 백두혈통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박 교수는 "북한 사회에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오로지 김정은과 그의 아내 리설주 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누가 북한 사회의 최고 지도자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지 않음으로 해서 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휘장을 달아야 할 상의에 브로치 등 장신구를 달면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먼저 갈 확률이 매우 크고, 따라서 북한의 이데올로기 이미지 전략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선 처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여성은 브로치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예외가 바로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여사"이다.

귀걸이도 마찬가지이다. 장신구 자체가 사회주의적 옷차림에 맞지 않는다는 교육에 따라 북한 여성들은 귀걸이를 잘 하지 않고, 실제 청년동맹 차원의 단속도 이뤄진다.

박 교수는 "이러한 와중에 리설주가 남북정상회담 때 귀걸이를 하고 나타났다"며, "큰 귀걸이를 한 것은 아니고 살짝 길이감이 있는 귀걸이를 하고 평양으로 온 김정숙 여사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사회에서 귀를 뚫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서 리설주는 여전히 귀를 뚫지 않았고 귀에 딱 붙는 작은 귀걸이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단정한 투피스를 선호하는 북한 김여정 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언제나 단정한 H라인 투피스 '일하는 여성의 전형'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패션은 북한 사회가 원하는 '일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옷차림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여정은 리설주와 다르게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적이 없고, 북한의 대표 예술인인 현송월처럼 화려한 털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난 적도 없다.

언제나 단정한 H라인 투피스 차림이다. 김 위원장을 뒤에서 보좌하며 바삐 움직이면서도 바지를 입고 등장한 적도 없다.

박계리 교수는 "이러한 점들을 보면 김여정은 북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하는 여성 패션을 리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김여정의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 짧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일하는 여성들의 변화하는 패션 감각을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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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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