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쪽으로 표류하며 흘러가는 韓, 그 결과 책임질 수 있나

2021. 2. 2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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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호주·인도 ‘쿼드’ 외교장관 화상회의가 열렸지만 한국은 아직 참가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 미·일·호주·인도가 모인 ‘쿼드’ 외교장관과 미·영·프·독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잇달아 열어 중국 견제 방안을 논의했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책 중 유일하게 계승한 것이 ‘중국 견제’다. 미국과 동맹국들을 촘촘히 엮어 대응하겠다는 ‘바이든표’ 전략까지 내놨다. 중국 시진핑이 패권 의지를 노골화한 이후 세계에서 ‘중공(中共) 체제'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쿼드’를 확대한 새 안보 협력체를 만들려고 한다. 여기서 빠진다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경화 전 외교장관은 “(쿼드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의용 장관도 ‘투명, 개방적,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장은 정 장관과 첫 통화에서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며 반(反)쿼드 압박을 가했다. 한국 정부는 쿼드 얘기만 나오면 답을 흐리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경제 공급망 구축 등에도 부정적이다. 태평양 연합 훈련에도 불참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다 거부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볼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미·일·호주 등 57국이 중국·북한 등의 자의적 외국인 구금 행태를 규탄하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인권’이란 말을 싫어하는 북·중의 눈치를 본 것이다. 한국은 자의적으로 외국인을 구금하지 말자는 데 반대하는 나라가 됐다. 정부·여당이 일방 처리한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민주 국가들뿐 아니라 옛 공산권에서조차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북 인권 결의안 추진에 또 빠질 것이라 한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인권 문제엔 다 피하고 도망 다니며 반인권 편에 서고 있다.

문 정부는 일본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해선 15차례 항의 성명을 냈다.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기도 했다. 반면 북의 6·25 남침 때 우리 국토를 유린하고 통일을 막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 수호’를 위해 싸웠다고 하는데도 입을 다물었다.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여도 성명 하나 없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탄압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려 표명은커녕 문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먼저 시진핑과 통화해 “중국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 칭송했다. 그는 중국에 가서 중국 측의 의도적 냉대를 받으면서도 중국을 ‘큰 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했다. 중국에 안보 주권을 내주는 충격적 양보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TV용 쇼”라고 했다. 김정은은 핵잠수함까지 만든다고 한다. 사기 비핵화, 남북 쇼도 끝난 것이다. 그런데도 ‘남북'만 계속 붙들고 있으면 안보와 외교가 어디로 가나. 중국 시장이 크고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 없이 북의 핵 미사일을 단 한 발이라도 막을 수 있나. 미국 없이 중국의 한반도, 아시아 패권 야욕을 막을 수 있나. 미국 없이 현재의 번영이 가능했으며 앞으로 미국 없이 이 번영을 유지할 수 있나. 미국 사람들은 ‘한국은 중국 쪽으로 끊임없이 표류하며 흘러가고 있다'고 한다. 문 정권은 이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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