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가짜' 블랙 스완

배연국 2021. 2. 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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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검은 백조(블랙 스완)가 출현했다.

거짓을 진실로 분칠한 '가짜' 블랙 스완의 시리즈물이다.

가짜 블랙 스완은 급기야 사법부에도 출몰한다.

가짜 블랙 스완을 본 영국 수의사는 "백조의 몸에서 빨리 이물질을 없애지 않으면 깃털의 방수 능력이 떨어지고 저체온증으로 죽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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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검은 백조(블랙 스완)가 출현했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 최근 윌트셔 웨스트버리의 연못에서 새까만 백조 한 마리를 발견해 구조했다. 부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이었다. 곧 반전이 일어났다. 구조대가 깃털을 물로 씻었더니 검은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털을 물들인 물질은 프린터기에 쓰이는 검은색 토너로 추정됐다. 인간이 연못에 버린 오염물질로 인해 백조의 하얀 털이 검게 변한 것이라고 한다.

블랙 스완은 1697년 영국 자연학자인 존 라삼이 호주의 강에서 처음 발견했다. ‘모든 백조는 희다’고 여긴 서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 후 블랙 스완은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경제학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해 큰 위기를 초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상식의 블랙 스완이 자주 출현하는 곳이 우리 사회다. 청와대는 전임 정부 시절에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내쫓고 친여 인사로 채운 사실이 피새나자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우겼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공무원에겐 징계 대신 포상이 주어졌다. 거짓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즐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청백리 황희 정승 흉내를 낸다. 거짓을 진실로 분칠한 ‘가짜’ 블랙 스완의 시리즈물이다.

가짜 블랙 스완은 급기야 사법부에도 출몰한다. 정직이 생명인 사법 수장마저 거짓 해명과 거짓 사과를 늘어놓는다. “김뻥수” “김뻔수”라는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날아든다. 육군 22사단은 북한 남성이 들어온 해안 배수로를 점검하지 않고도 상부에 ‘이상 무’라고 보고했다. ‘헤엄 귀순’에 쓰였다는 오리발이 군과 법원을 뒤덮은 꼴이다.

가짜 블랙 스완을 본 영국 수의사는 “백조의 몸에서 빨리 이물질을 없애지 않으면 깃털의 방수 능력이 떨어지고 저체온증으로 죽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칙과 불의의 가짜 블랙 스완을 진짜로 여기는 우리 집권층이 경책으로 삼아도 좋을 성싶다. 빨리 검은 오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공멸은 이제 시간문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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