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분산 시스템이 답이다

남상훈 2021. 2. 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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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비대면 경제' 부상
정부 주도 땐 양극화·버블 우려
자율 강조 '탈중앙화 금융' 지향
개방·협업이 미래성장 엔진

디지털 환경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중개인과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자간의 새로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언택트 경제는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분절된 신뢰 토대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심각한 양극화와 단편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배경 자체가 코로나 사태라는 이례적인 상황인 데다 재정 위주의 강력한 정책 처방으로 극단적 양극화와 자산 버블의 부작용을 키우기 쉽다. 모든 것이 맞물려 있는 연결 환경에서 기존의 사일로(silo)식 사회 지배구조가 허용할 수 있는 위기 대응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급박한 상황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강조되다 보니 미래 환경에 적합한 분산 시스템으로의 전환 대신 기존의 중앙화된 시스템이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그 결과 민간 주체들은 극단적인 위험기피와 투기적 성향을 동시에 보이는 반면 단기처방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정부 및 공공기구들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분명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이례적 상황이지만 이는 단기적 상황 안정을 넘어서 민간들의 가치 창출 주역 복귀를 어렵게 한다. 더욱이 강화된 규제체계에서 금융기능이 위축된 가운데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금융서비스 공급자인 빅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견제장치가 미비된 상황에서 또 다른 독점과 집중화로 상호 신뢰 기반의 가치 창출이 어려워진다면 대다수의 민간들은 5G 환경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후순위로 밀리는 생존 모드나 정부지원 비중이 높아질수록 디지털 경제의 가치 창출 여력은 심각하게 저하된다. 이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비시장적 조치를 더욱 필요로 하는 딜레마로 이어진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려면 경제 및 사회 전반의 운영 시스템도 수평적 연결 기반의 분산·분권화로 진화해야 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우선 사일로식 문제 인식과 단기 성과 위주의 보상체계로 운영되는 중앙정부 중심의 칸막이식 지배구조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수직적 행정체계와 거대한 상부구조 위주의 생태계는 최대한 민간 중심의 개방형, 자율책임하의 분산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중앙화된 기구 대신 다양한 자체적 위험 관리와 신뢰 구축의 토대를 허용하여 민간들이 스스로 커나갈 수 있는 공간을 대폭 늘려가야 한다. 향후 시장을 통해 가치 창출을 통한 재원 확보에 실패한다면 사회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 기반마저 분절될 수 있다. 고도의 중앙화된 연산처리장치보다 주변 보조장치와의 연결이 성능 제고에 결정적인 초연결 환경이 우리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다면적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의 유연한 역할 재정립도 필요하다. 거대시장의 흐름과 직접 닿아있지 않은 정부와 공공부문은 가치 창출의 주역인 민간들의 조속한 시장 복귀와 개척을 통해 시너지를 키워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현 금융시스템은 주어진 영역에서의 대차대조표의 관리 강화보다 새로운 공간에서 적극적이고 포용적 역할에 나서야 한다. 분산 환경을 수용하고 도식적 중간 절차를 줄이면서 책임 있는 자율 기능을 강조하는 탈중앙화 금융(DeFi)은 미래 금융의 진화적 모습이다. 탈중앙화의 기본 메시지는 기존 법적 신뢰 주체에 국한된 경우보다 폭넓게 연결된 변화의 힘을 모두가 수용하는 것이다.

또 개방과 협업정신을 토대로 새롭게 커나가는 디지털 생태계에 각자가 처한 여건에 상관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으로 초래되는 양극화와 독점화 위험을 관리하면서 AR·VR를 포함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야 한다. 쿠팡 등의 잠재적 유니콘 후보군에서 목도하듯이 개방과 협업이 자유로운 디지털 환경하에서 준비된 주체는 이제 미래성장을 견인하게 될 엔진이다. 수평적 분산환경에서 다면적 연결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성장 추진력이 확보된다. 코로나로 기존 방식의 활동공간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새로운 시공간에서의 참여와 주도를 위한 탈중앙화의 지배구조와 분산 시스템의 확산을 민관의 구분 없이 적극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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