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대항하려 막말트윗 1000개... 백악관 예산국장 낙마 위기
순조롭게 진행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대 내각 구성이 암초를 만났다. 니라 탠든(50)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후보자의 상원 인준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이유는 그가 지난 4년여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낸 당파적이고 험악한 막말 때문이다.
예산관리국(OMB)은 정부 각 부처의 예산 분배·집행을 총괄하는 막강한 기관이다. 그 수장도 장관급이라 상원 인준을 거치게 돼 있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탠든은 인도계 이민 2세다. 1921년 예산관리국 설립 이래 100년 만에 첫 유색인종 여성 국장 탄생이라는 의미가 있다. 12월 탠든 지명 당시부터 공화당이 반발했지만, 여야가 상원 의석을 50대50으로 양분하고 있어 부통령 캐스팅보트까지 동원하면 과반 찬성으로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게 백악관의 계산이었다.
그런데 변수는 여당에서 나왔다.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웨스트 버지니아) 상원의원이 지난 19일 성명을 내 “탠든의 명백하게 당파적인 언급은 의원들과 차기 예산관리국장 간 중요한 업무 관계에 독이 되고 해로운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다”며 “나는 그의 지명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50표조차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바이든은 이날 기자들이 ‘탠든 지명을 철회할 것이냐’고 묻자 “아직 아니다. 인준에 필요한 표가 되는지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과 민주당에서 이미 유력한 대체 후보자 두세 명에 대한 검증 작업에 돌입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미 역사상 상원 인준 표결까지 갔다가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는 단 9명이고, 그 전에 대통령이 지명 철회한 경우는 17명이었다. 그만큼 장관 낙마는 이례적이고 파장이 큰 사건이다. 미 헌법상 의회가 거부한 장관·대법관 지명자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는 없다.
탠든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선동과 막말에 대항한다며 자신도 똑같은 막말을 팔로어 36만여명의 트위터에 쏟아내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선 “볼드모트(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어둠의 마법사)”라고 했고, 보수 대법관 인준에 반대할 듯하다 결국 찬성한 수전 콜린스 의원에겐 “평생 재수 옴 붙을 것”이라고 했다. 톰 코튼 의원에겐 “사기꾼”, 테드 크루즈 의원에겐 “흡혈귀”라고 했다. ‘오바마 케어’를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 자택에 불이 나자 “신은 있다! 신이 노여워하신 것”이라고 했고, 아동 성폭행 혐의가 있는 공화당 의원 후보를 두고 “공화당은 물론 공화당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아동 성폭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했다.
탠든은 진보의 상징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도 “무식하고 헤픈 X” “러시아가 뒤를 봐준다”고 비난했다. 탠든은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이라크전 찬성 전력을 캐묻는 샌더스 측 인사의 가슴에 주먹을 날린 폭행 사건도 일으켰다. 탠든은 힐러리가 퍼스트레이디일 때 국내 정책 참모를 지냈고, 클린턴 부부가 세운 진보센터 소장을 지낸 ‘클린턴 충성파’다.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샌더스와 클린턴 측 해묵은 불화의 핵심으로 탠든이 지목되기도 했다.
탠든은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부터 자신이 입각 지명될 것을 알고, 자신의 트윗 8만8000여건 중 막말을 담은 1000여건을 몰래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본인이 욕했던 여야 의원 35명을 일일이 접촉해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0일 상원 청문회에선 공개적으로 “그동안 정치 환경이 너무 극단적이었다”면서 “내 발언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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