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단면역, 정부는 11월 전망.. 해외 분석기관은 "내년 중반"

이준우 기자 2021. 2. 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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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오른쪽부터) 질병관리청 청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2.21./뉴시스

요양병원 등의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36만7000명)에게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7일엔 코로나 환자 치료 의료기관 종사자(5만8000명)에게 화이자 백신이 각각 접종된다고 정부가 21일 밝혔다. ‘올 11월까지 집단면역 달성'이 정부 목표다. 그런데 이 계획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펴낸 ‘백신접종 상황에 대한 글로벌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대만·호주·뉴질랜드·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2022년 중반에야 인구의 60~70%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 접종이 각국 계획보다 전반적으로 지연될 것이라고도 했다.

1946년 설립된 EIU는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로 정치·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분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관이다. EIU는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IU는 “백신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른 상황에서 현재까지 대부분 백신은 부유한 나라들이 차지했다”며 “많은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EIU는 올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에게 맞힐 수 있는 138억 도스(dose)의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30억 도스로 가장 많고, 노바백스 21억, 화이자 14억, 시노팜 13억 도스 등이다. EIU는 일찌감치 백신 확보에 성공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올해 후반기에 집단면역 형성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확보가 편중되면서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은 내년 중반, 중국·인도를 비롯한 대다수 개도국은 내년 후반, 아프리카 등 빈곤국들은 2023년 후반이 돼야 비로소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게 EIU 분석이다.

◇”백신 효과 감안하면 90% 접종 필요”

정부는 올 9월까지 전 국민(5183만명)의 70%(3628만명)에게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엔 집단면역 형성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가 확보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백신은 현재 5종류다. 예방 효과는 다양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2~70%, 화이자 95%, 모더나 94.1%, 노바백스 89.3%, 얀센은 66% 정도다. 백신 효과를 평균 80%로 보고 계산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70%(3628만명)가 항체를 가지려면 4535만명(약 87%)에게 접종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70% 수준을 훌쩍 넘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순히 접종률이 70%라고 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70%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가져야 가능한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정부가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000만명에게 접종하면 그중 600만~700만명만 면역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접종 속도의 한계 등을 생각해봤을 때 현실적으로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접종률 저하 대비해야

정부는 항체를 획득한 인구 비율이 60~70% 수준이면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 기준도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적으로도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캐서린 오브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책임자는 지난해 “60~70% 추정치는 너무 낮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집단면역을 위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져야 한다”고 했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70~75%로 올리더니 최근엔 75~85%로 또 수정했다. 이를 위해 백신 접종률을 되도록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백신 접종률이) 홍역의 집단감염에 필요했던 90%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파력, 독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등에 기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교수는 “11월 집단면역이 될 것이라고 안심할 게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바이러스 변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된 백신 확보 등에 지금부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것도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데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접종 거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5~7일 성인 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3명은 백신 접종을 연기 또는 거절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 등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며,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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