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의자, 합판이 공동연출한 픽토그램 [포토에세이]

박희준 2021. 2. 2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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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포근한 날씨를 보인 21일 오후 서울 현충원 인근 서달산 기슭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합판 양쪽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노끈으로 울타리와 묶어뒀다.

오후 햇살은 의자를 스쳐가면서 합판에 등받이 그림자를 새겼다.

햇살과 의자, 합판이 공동연출해 낸 저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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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포근한 날씨를 보인 21일 오후 서울 현충원 인근 서달산 기슭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산기슭과 주택가를 잇는 산책로 주변에서 잡동사니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일대가 재개발 추진중인 ‘핫한’ 지역이다.

작은 공간을 둘러친 울타리 철망이 부족했나보다. 합판 양쪽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노끈으로 울타리와 묶어뒀다. 

그 앞에 낡은 의자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오후 햇살은 의자를 스쳐가면서 합판에 등받이 그림자를 새겼다.

그냥 지나칠 뻔했다. 햇살과 의자, 합판이 공동연출해 낸 저 인물을.

합판의 구멍과 등받이 그림자를 함께 보면 다리를 살짝 꼰채 기대 선 인물을 형상화한 픽토그램 같다. 

엘리베이터의 ‘기대지 마세요’ 표지판 속의 그 인물이다.

“2월 겨울날씨 맞나요”

그도 답답한 엘리베이터 공간을 벗어나 산책을 나온 것일까.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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