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주장으로 다시 뛰는 기성용 "축구 인생 후반전 시작..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경향신문]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몸 상태 완성
시작부터 제대로 할 수 있어 기대
지난 시즌 아쉬운 부분 만회할 것
매 순간 아깝지 않게 최선 다하면
더 늦기 전에 우승 트로피 드는 것
딸에게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사람’ 기성용(32·FC서울)은 허술하다. 평소 즐기는 이렇다 할 취미도 없다. ‘축구선수’ 기성용은 180도 다르다. 축구공을 마주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욕심을 말릴 수 없다. 2021시즌 K리그 개막을 기다리는 기성용은 다시 한 번 긴장의 끈을 조였다.
제주도 서귀포 FC서울 동계훈련지에서 만난 기성용은 “겨우내 체력 훈련부터 연습경기까지 착실하게 준비했다. 몸이 느끼기엔 가장 좋았던 때만큼 올라왔다.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몸상태”라고 했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시작부터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지난 2년간 데뷔 이후 가장 긴 슬럼프를 걸어왔다. 11년이라는 긴 유럽 도전을 마무리하는 결단을 내렸고, 지난해 7월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당시 강등권에서 고전하던 서울을 구할 카드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몸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유럽 커리어 막바지 팀 내 입지가 줄어들면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리그까지 중단되면서 실전 공백이 길어졌다. 여기에 제때 치료받지 못한 발목 부상도 장기화됐다. 기성용은 결국 리그에서 단 5경기에 출전한 뒤 근육 부상까지 당해 시즌 아웃됐다.
재활과 회복에 집중한 기성용은 새 시즌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기성용은 “경기에 나간다는 것 자체로 설렌다. 재미있게 훈련하며 기쁜 마음으로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며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지난 시즌에 못해 팀에 미안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기성용은 한국축구의 간판스타로 지난 15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2006년 서울에 입단하면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기성용은 2년 뒤 만 19살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해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 2009~2010시즌부터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유럽 무대에 도전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최연소로 대표팀에 뽑혀 주전으로 뛰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4년 10월부터는 주장 완장을 찼고 2019년 대표팀을 은퇴할 때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다.
과거 기성용이 뛸 때 서울과 현재 서울은 다른 위치에 있다. 서울은 명가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 기성용은 이제 ‘주연’이 아닌 ‘조연’을 자처하고 있다. 기성용은 긴 동계훈련 일정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후배들과 자주 대화한다. 어려워 보이기만 하던 선배가 스스럼없이 다가와 건네는 조언에 후배들도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성용은 “나도 경험이 쌓이면서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은 노하우가 많다. 축구는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스포츠인데, 한두 가지 생각에 빠져 있는 후배들이 많아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서 “후배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보람차다”며 미소를 지었다.
기성용은 자신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시간의 흐름도 받아들였다. ‘아직은 롱런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지금은 축구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후반전이라고 생각한다. 20대였다면 더 날아다닐 수 있다”고 웃으면서 “나이 드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축구공을 인생의 벗으로 삼겠다는 다짐으로 공을 찬 지 20년이 넘었다. 축구와 도전 자체가 그의 인생이었다. 기성용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눈을 돌렸다. 기성용은 2021시즌 서울의 ‘주장’을 맡았다. 처음에 거절하다 박진섭 감독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였다.
기성용은 “부상을 당하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없어 몸도 마음도 너무 편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며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장을 맡았다. 더 솔선수범하는 선배로, 후배들을 잘 서포트하겠다”고 했다.
기성용은 이어 “딸 시온이(2015년생)가 자라면서 축구장에서 멋진 아빠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렇다고 욕심을 낼 수는 없다. 매 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다 보면 더 늦기 전에 우승 트로피를 드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소망을 품었다.
서귀포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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