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김덕실 할머니의 생애 첫 졸업장
올해 최고령 졸업·우수학습자
666명 초·중졸 학력 인정받아
[경향신문]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나이가 많고 그러니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 그래서 했는데…. 배우러 가보니 60~70대도 많더라. 나도 60~70세에 용기를 내서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에서 올해 최고령 졸업자이자 우수학습자로 꼽힌 김덕실씨(90·사진)가 딸 이미선씨(67)에게 했다는 말이다. 7~8년간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학업을 이어간 끝에 김씨는 이번에 서울시 양천구 평생학습관에서 초등 학력을 인정받게 됐다.
김씨의 시작은 늦었지만 열정은 약하지 않았다. 김씨는 성경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필사했고, 글씨를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오른쪽 어깨에 회전근개 파열까지 왔다. ‘이름 석 자’만 간신히 쓰던 시절의 필사가 그림 수준이었다면 글을 배우고 난 이후엔 인쇄된 활자마냥 정갈해졌다. 받침은 아직 어렵지만 가끔 시를 쓰기도 한다.
기초적인 셈법을 가르쳐주는 산수도 김씨에겐 큰 재미였다. 숙제를 펼쳐놓고 막히는 부분은 자녀들에게 물어가며 공부를 이어갔다.
김씨는 “세상 이치에 어두웠는데 지식을 넣으니까 세상 바라보는 게 밝아지고 이해가 생기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배움에 열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우수학습자에게 수여하는 교육감 표창장을 다음주 받는다.
김씨를 비롯해 어려운 가정 형편과 신체적 제약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어르신 666명이 학력인정서를 받게 됐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중 초등 학력은 444명, 중학 학력은 222명이다.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저학력·비문해 성인에게 교육기회를 주는 제도로, 일정 시간을 이수하게 되면 초·중졸 학력이 부여된다.
이전에는 합동졸업식을 열어 학력인정서를 수여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열리지 않는다. 대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축하 인사가 담긴 서한문과 축하 영상이 각 문해교육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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