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살린 매축지마을 '전봇대 종(鍾)' 어디로?
[KBS 부산]
[앵커]
부산의 현대사를 간직한 매축지 마을을 70년 넘게 지켜 온 '전봇대 종(鐘)'이 최근 사라졌습니다.
주민들이 현상금까지 내걸고 찾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예술인까지 나서 종 찾기에 나섰다는데 그 사연을, 최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평양전쟁 때 군수물자를 나르던 사람들의 막사와 마굿간이 있던 곳, 시간이 멈춘 듯 좁은 골목길마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매축지마을입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전봇대, 여기에 걸려 마을을 지켜온 종(鐘).
1954년 마을에 큰 불이 나 주책 640채가 불 탈 때 누군가 이 종을 울린 덕분에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한 이후 종은 마을을 지키는 상징이 됐습니다.
[박영진/인근 통영칠기 사장 : "마을을 돌면서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은 종도 쳐다보고, 외지에서 오는 분들한테 소개도 하고, 종하면 매축지고, 매축지 하면 종이었는데…."]
'전봇대 종'이 최근 사라졌습니다.
두꺼운 전깃줄로 매달아 놓은 종을 누군가 몰래 떼어간 겁니다.
[이호덕/매축지마을 주민 : "종 저거 안 팝니까?" 이러더라고. "종을 왜 팔아, 동네 건데" 하고 말았어요. 두 달인가 한 달인가 뒤에 또 왔더라고."]
전봇대 종이 사라지자, 마을 주민이 개인 포상금까지 내걸고 찾고 있습니다.
지역 작가와 고미술협회 회원들도 나서 종 찾기에 힘을 보탰습니다.
예술가들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을 통해 도난 사실과 함께 종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면서 "종을 꼭 되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경화/작가 : "마을 분들은 다 그 이야기를 알고 있고, 마을의 역사를 알고 있고, 이런런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이고, 그 가치는이 마을의 가치와 함께 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종이 사라진 지 40여 일째, 누가 왜 어디로 가져갔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을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아파트로 둘러싸이고 있는 매축지 마을.
주민들은 골목길과 옛집이 사라지더라도 전봇대 종이 그 자리에 남아 지역의 현대사를 증언해주길 바라는 뜻에서 종을 되찾고 싶어 합니다.
KBS 뉴스 최지영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최지영 기자 (lifeis7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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