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재기 엔진도 뚝딱..전시에도 요긴할 3D 프린터

이정호 기자 2021. 2. 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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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부품 필요하면 바로 제작
미 해군대학원 공급망 혁신 연구

[경향신문]

전시에 함재기의 엔진 부품을 외부에서 보급받지 않고도 항공모함에 실린 3D 프린터로 신속히 제조하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미국 군사매체 디펜스뉴스는 미국 해군대학원이 금속 물체를 만드는 3D 프린터를 통해 함재기 부품 공급망을 혁신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D 프린터는 종이에 그림이나 글자를 인쇄하는 2차원이 아니라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덩어리 형태의 물체를 찍어내는 장비다. 생활 기기는 물론 의료용 도구, 각종 기계 부품도 제조할 수 있다.

3D 프린터의 가장 큰 장점은 부품이 필요한 곳에서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설비가 들어선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이 유통망을 거쳐 올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리는 게 아니라 설계도를 온라인으로 내려받은 뒤 수요자가 필요한 곳에서 빠르게 제조해 손에 넣는 것이다.

미 해군대학원이 3D 프린터를 이용한 함재기 부품 조달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D 프린터를 항모에 실어놓으면 급박한 전시에 부품을 바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 가능성을 무릅쓰고 아군이 항모에 접근해 선박이나 헬기로 부품을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

월터 스미스 미 해군대학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디펜스뉴스를 통해 “3D 프린터로 엔진의 압축기나 노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만들 함재기 엔진 부품은 알루미늄을 얇은 실처럼 만든 뒤 둘둘 감는 방식으로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미국 보잉사 등에선 3D 프린터를 이용해 항공기 부품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여건에서 모든 부품을 3D 프린터로 만들긴 어렵겠지만 군수지원 효율성이 전보다 향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D 프린터를 통한 무기 부품 제작에 관심을 갖는 건 미 해군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자연환경을 지닌 세계 각국에 부대를 전개한 미 육군도 주목하고 있다. 미 육군은 보통 금속보다 강도를 높인 ‘AF-96’이라는 금속 분말로 3D 프린터를 통해 무기 부품을 만드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AF-96은 깊은 지하 구조물까지 뚫고 들어가 꽂히는 폭탄인 벙커버스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인데 경제적이면서도 튼튼한 강철 합금이다.

미 육군은 3D 프린터로 탱크에 들어갈 부품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고 지난해 밝혔다.

사막 환경에선 모래로 인한 고장이 흔한데, 부품 조달에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주력전차인 M1에이브럼스 탱크의 가스터빈 엔진으로 모래가 빨려들어가 작동이 멈춘 일을 3D 프린터를 통한 부품 현지 조달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미 해병대에선 하루 만에 500㎡짜리 대형 콘크리트 막사를 3D 프린터로 뚝딱 만들고, 10일 만에 다리를 건설한 적도 있다.

3D 프린터가 민간 경제뿐만 아니라 군수 체계를 바꿀 폭발력을 지니면서 향후 전쟁 대비 양상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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