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대기업 산재 사망자 108명..22일 '책임' 묻는다

고희진 기자 2021. 2. 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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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기업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 출석..쟁점·전망은

[경향신문]

건설 3사 사망 74명…30대 기업으로 넓히면 221명으로 늘어
LG디스플레이 화학물질 유출·포스코 직업암 등 질의 예상
택배노동자 과반이 산재보험 미적용…업무 안전성 문제도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출석하는 포스코건설, 현대중공업 등 9개 기업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자가 100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이 기업 임원을 불러 산재 현황을 질문하고 예방책을 듣는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산재만을 주제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21일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청문회 증인 대상 기업 9곳의 2016~2020년 9월 산재 사망자 수는 모두 108명이었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등 건설 3사가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포스코,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3사 26명,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 3사 8명(모두 CJ대한통운에서 발생) 순이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는 원청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하청업체를 포함했을 때는 숫자가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건설업의 경우 30대 건설사까지 표본을 넓히면 사망자는 더 늘어난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30대 건설사별, 산재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3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221명이었다.

국내 산업 전반의 산재 사망자도 증가 일로에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년 1777명이던 산재 사망자는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 2019년 202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연이어 발생한 택배 현장 과로사 및 건설·제조업 사고 등을 미뤄볼 때 적지 않은 숫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지난달 13일 발생한 파주 LG디스플레이 화학물질 누출 사고, 이달 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업체 노동자 사고사 등 산재가 잇따르고 있다.

산재 판명이 비교적 명확한 중공업·건설 현장의 폭발, 추락, 끼임 등에 의한 사고사 외에도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장기간 위험 물질에 노출되며 벌어진 직업성 암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포항제철소의 코크스 취급 공정에서 근무한 노동자 등 일부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암에 걸렸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 중이다.

택배기사 등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를 통해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택배업 종사자는 2019년 1만7100명에서 지난해 3만6171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만8868명(52.5%)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자였다.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 당연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입법 이후에도 산재 사고가 계속되자 주요 기업을 국회 청문회장에 불러 입장을 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노위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기업의 의견을 묻자고 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화답하며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임 의원은 통화에서 “상임위 차원에서 정책 현안을 두고 청문회를 하는 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며 “산재 청문회가 기업들이 안전보건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3월 주주총회 시즌 전에 시작해 시일이 딱 알맞다”고 말했다. 개정 산안법에 따라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 1324개 및 시공능력 1000위 이내 건설회사 대표는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청문회에는 9개 기업 임원이 출석한다.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참석하기로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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