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도 물러난다

국정농단 사건 징역형 확정
서울시 "결격 사유 발생"

[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되면서 결격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시와 용산구, 재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3월 중순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직 교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재단의 지도·감독 주체인 서울시와 용산구는 “지난달 말 이 부회장의 징역형이 확정돼 사회복지법인 이사로서 결격사유가 생겼다”고 보고 최근 재단 측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법률 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사 자격이 상실된 만큼, 재단은 2개월 이내에 이사회를 통해 새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사회복지법인의 이사 등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만기 출소 이후에도 3년간 삼성생명공익재단 임원으로 복귀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관련법과 절차에 맞게 후임 인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은 이 부회장은 2018년 5월 이사장직을 연임했다. 예정대로라면 올 상반기 또 한 번 연임이 결정되는 시기였으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1982년 설립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자산 규모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이다. 이 부회장이 이사장에 선임됐을 당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상징적인 조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같은 달 25일 재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다.

노정연·김향미 기자 dana_f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