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구슬은 모이는데 윤곽은 아직..

박은하 기자 2021. 2. 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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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한 달 맞은 공수처 인선·규정 마련에 분주'1호 사건' 공개 여부 고심

[경향신문]

305건 출범 뒤 접수된 고소·고발 건

10 : 1 검사·수사관 서류심사 경쟁률

20 : 1 사무보조 등 공무직 경쟁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한 달을 맞이했다. 공수처는 1호 사건이 윤곽을 드러낼 4월까지 검사·수사관 인선 작업과 사무규정을 마련하는 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다.

21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출범 이후 한 달간 총 305건의 고소·고발이 공수처에 접수됐다. 서류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검사·수사관 공개모집은 1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무보조·운전·방호 등 공무직 채용도 정원 25명에 488명이 몰려 서류전형 결과 발표를 18일에서 22일로 늦췄다. 앞서 공수처는 국민의힘에 인사위원 2명을 오는 28일까지 추천해달라고 재요청했다. ‘구슬’을 잔뜩 모았으니 꿰는 것이 관건인 상황이 됐다.

공수처 입장에서 현재 더 까다로운 일은 내부 운영원리인 사건·사무규정과 공보준칙 등을 만드는 일이다. 공수처 출범 과정에 거론됐던 ‘정권사수처’ ‘웰빙 수사기관’ ‘대안 검찰’ 중 어떤 모습이 될지 다음 한 달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1호 사건을 무엇으로 하고, 그것을 공개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8일 “사건의 공개와 수사의 밀행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취임사나 출근길 취재진과의 인터뷰 등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수사’를 공수처 운영 원칙의 1순위로 꼽아 왔다. 표적수사, 과잉수사 등의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사건개시, 영장청구 등의 단계에서 자문하는 외부기구인 수사심의위원회를 두는 것도 검토 중이다. 김 처장은 “(수사심의위를 설치할 경우) 수사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든다면 검찰 수사심의위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의 차별화만 꾀하고 효율적 수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수사 진척 속도는 늦어지고 증거인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웰빙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호 수사 대상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조기페쇄 관련 의혹 등이 거론된다. 하나같이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1항에 규정된 ‘사건이첩 요구권’도 세밀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공수처 설립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일부 재판관들의 의견으로 “(현행법상) 이첩 여부가 공수처장에 의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결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이 공수처 수사 대상자의 범죄를 인지·발견하면 공수처로 알려야 하는데 인지와 발견의 개념을 정확히 해 두지 않으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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