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논문, 근거없는 인용 최소 29건"..미 일본사 교수 등 5명 조목조목 비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2. 21. 2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일본사 전문가 5명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 왜곡 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33쪽짜리 논문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 대해 핵심 증거의 부재, 1차·2차 자료에 대한 잘못된 묘사와 선택적 인용,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한 인용문 표기 등을 지적하며 ‘연구 진실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한 계약을 맺은 것처럼 주장하면서도 실재 계약서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 소재 ‘위안소’에 근무할 일본인 여성들을 모집하기 위한 표준 계약서를 인용했지만 이는 태평양전쟁 이전의 것이었다. 스탠리 교수 등은 “램지어는 위안소 근무를 위해 실제로 서명한 계약에 대한 증거를 한 건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자료에 대한 잘못된 해석 및 묘사 그리고 선택적 인용 사례도 10건이나 지적을 받았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고 문옥주 할머니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 인용 방식이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 자료는 모두 한국어와 일본어로 출간돼 있지만 램지어 교수는 일본 우익 이데올로기 지향을 공표한 익명의 인터넷 블로그 ‘한국역사연구소’가 영문으로 번역한 자료를 인용했다. 두 자료에서는 위안부들이 강압 또는 거짓말에 속아서 만주와 미얀마 소재 위안소로 갔고 억압에 의해 성착취를 강요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나온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는 불완전한 자료를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논지에 반하는 부분을 피해갔다.

그마저도 입맛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인용함으로써 독자들이 전체 맥락을 오해할 위험에 빠뜨렸다고 스탠리 교수 등은 지적했다.

부정확하고 불성실한 자료 출처 표기 역시 램지어 교수 논문의 특징이다. 336쪽인 박유하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 일본어판 451쪽에서 인용했다고 표기한 것을 비롯해 해당 자료의 해당 쪽을 찾아봤더니 관련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해당 부분이 수록된 정확한 쪽수를 표기하지 않고 제목만 쓴 경우도 많았다. 8쪽짜리 논문에서 이런 사례가 29건이 발견됐다.

스탠리 교수 등은 “역사학 연구 기준뿐 아니라 일반적인 학문적 기대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내용은 고사하고 학술 논몬 형식 측면에서도 낙제 수준이라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는 스탠리 교수 등의 논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경향신문 e메일 질의에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