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축제 반대, 인명진 만남..안철수 '보수색 짙게'
[경향신문]
성소수자 문제 보수층 대변
원로 인사들과 꾸준히 소통
단일화 염두 지분 쌓기 분석
중도를 표방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9)가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인명진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는 등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이후부터 보수 원로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보수와 진보 두 진영을 명확히 가르는 주제인 성소수자들의 퀴어 축제 논란을 두고도 ‘거부할 권리’를 언급했다. 이는 보수진영에서 지분이 부족한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보수층 유권자들에게 한층 더 다가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수정당의 구원투수’라면서 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만난 사실을 전했다. 안 대표는 인 전 위원장 이외에도 올 초부터 꾸준히 보수진영 원로들과 만났다. 지난달 10일 보수 원로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찾아가 만났고, 다음날에는 대구 동화사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만났다. 홍 의원은 특히 지난 18일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토론회 직후 SNS에서 “(안 대표의) ‘서울시는 말 잘하는 해설사보다 일 잘하는 해결사가 필요하다’ 말은 기막힌 레토릭이었다”며 안 대표를 지지했다. 지난달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난달 20일 조순 전 서울시장과도 회동했다. 그의 ‘접견 정치’는 보수층 인사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민감한 성소수자 문제에서 강경 보수층을 대변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18일 금태섭 전 의원과의 TV토론회 때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보수 야권 단일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가 가진 ‘중도’ 이미지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본선 경쟁력에선 장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선 부정적 영향도 줄 수 있다.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보수 지지층의 반감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내 지분이 거의 없고, 조직력도 약하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수진영 공략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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