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훈련 - 스타니슬라브스키 [이태겸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배우훈련>은 연기의 진실을 추구하는 배우를 위한 책이다. 연기는 역할을 추구하고, 역할은 실재하는 인물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인물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명의 타인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수많은 인물의 진실을 알 수 있을까?
100여년 전 이 책이 나올 당시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과장되거나 운율을 읊조림으로써 사람들이 실제 말하는 법과 달리 했다고 한다. <배우훈련>은 이와 다르게 사람들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배우의 내면적인 훈련, 심리적 접근법을 제시하는데, 가장 근본은 ‘자연스러워야’ 하는 데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7년간 사무직 종사자였던 주인공은 처음으로 현장직 ‘파견’이라는 충격적 상황에 놓인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기란 힘들다. 내 인생은 직장이고 직업인이 아니면 내 존엄을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배우에게는 이 전체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정서화되어야 한다. 보통 배우 경험이 많지 않으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서만 애쓴다. 훌륭한 배우는 이 전체과정을 체화하는 데 서슴지 않으며 마라톤을 달릴 준비를 한다.
<배우훈련>을 보았을 때 첫 느낌은 지난달 신간으로 나온 것 같은 착각이었다. 배우와 배역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책의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도 유효한 타인의 진실을 이해하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 여러 층위의 구분 짓기에 둘러싸인 우리는 이 책을 한 번쯤 들여다봐도 좋지 않을까.
“여러분이 이 진실을 이해한다면, 자연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길을 잃지 않는다. ‘새로운 원리들’과 ‘새로운 기초들’ 혹은 ‘새로운 예술’을 생각하려 하지 말자. 자연의 법칙은 보편적이다. 그것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불행하다.”(<배우훈련> 중)
이태겸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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