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토 학살' 논문 오류 인정한 램지어, 논문 전면 재검토하라

2021. 2.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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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최근 발표해 비판받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다룬 이전 논문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의 2019년 6월 논문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설 보안업체’를 8월 게재키로 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술지 측이 논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코멘트를 전달했더니 “상당 부분 수정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당시 조선인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맞지만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인 자경단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수정 요청을 받은 이 같은 대목들에 대해 “상당 부분 일본 소식통에게 들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소문에 의존해 논문을 썼다니 오류를 자인한 것이다. 케임브리지 학술지 공동편집장인 앨론 해럴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 또한 이 논문이 원문 그대로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답습한 논문이 수정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일이 국제적인 문제 제기에 의해 이뤄진 것 또한 의미가 크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논란을 촉발한 그의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 역사학자 5명은 램지어 교수가 8쪽짜리 이 논문에서 출처불명이거나 부정확한 자료를 인용한 사례가 최소 29건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핵심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1차·2차 자료를 잘못 해석하거나 선택적으로 인용한 오류도 다수 지적했다. 연구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형식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결함투성이의 논문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 역사학자들은 “학문적 진실성을 해치는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학문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성실한 연구를 통해 근거 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 연구 진실성 위반이다. 더구나 램지어 교수는 이런 일련의 연구를 일본의 지원을 받아 했다니 더욱 의심스럽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점에서 관련 논문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 증거가 빈약하고 또 입맛대로 자료를 끌어들였다면 대폭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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