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얀마 군의 시위대 무차별 총격 사망, 강력 규탄한다

2021. 2.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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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만달레이 대학 졸업생들이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규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뇌사상태에 빠진 20대 여성 미야 테 테 카인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인이 19일 오전 끝내 숨졌다고 그녀의 오빠가 밝혔다. 쿠데타 발생 이후 시위 참가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AP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시위가 군경의 강경진압으로 유혈참사로 번지고 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의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20일 미얀마 군과 경찰 수백명이 파업 중인 조선소 노동자들을 향해 실탄과 고무탄을 발사해 최소 2명이 숨지고 30명가량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 등이 보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만달레이의 진압작전에는 2017년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에 연루된 부대가 투입됐다고 한다. 같은 날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민간 자경단 1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앞서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의 시위 현장에 있다가 군경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뇌사상태에 빠졌던 20세 여성 카인이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미얀마 군경의 만행을 강력 규탄한다. 저항수단이라고 해봐야 돌멩이와 새총이 고작인 비무장 시위대에 군경이 무엇이 두려워 총을 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군경이 되레 총부리를 겨누는 20세기식 야만이 재연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지난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직후부터 미얀마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한 불복종 시위를 벌였고, 지난 6일부터는 거리 시위에 나서 16일째 대규모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1988년 민주화 투쟁 때 수천명을 학살한 군부에 대한 두려움보다 민주주의를 빼앗긴 분노가 더 큰 것이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용감하게 나선 시민들에게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낸다. 하지만 동시에 유혈진압에 거리낌 없는 군부의 태도를 보면 시민들이 얼마나 더 피를 흘리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을 500명 넘게 납치했으며 인터넷도 수시로 차단하고 있다. 사태는 군부가 자진철수하지 않는 한 내부 제어력을 상실한 듯하다.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하는 것 외에 비극을 멈추게 할 수단이 없다.

유엔과 미국과 유럽연합이 유혈사태에 대해 유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 유혈참극에 우려를 표명하고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 자제를 촉구했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군부에 실질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군부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목소리를 내도록 할 필요도 있다.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굳건히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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