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협, 백신 접종 앞두고 또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잡겠다니
[경향신문]
국회가 의사 면허도 변호사 등의 직역과 똑같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 경우 취소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부터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력하지 않는 등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중인 지난해 8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던 일이 연상된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 없이 직역 이기주의에 빠진 의협의 처사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범죄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사의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와 다른 전문 직역 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그러나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해당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사가 자동차 운전 중 실수로 사망사고를 내더라도 수년간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의료인의 길을 포기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삭 부인을 살해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의사나 수면 내시경 시술 중 환자에게 수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가 유지되는 것은 정상이란 말인가. 의료법 개정안은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사상은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의협은 과도한 특권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회 전체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 운운하는 것은 의사 본연의 임무와 직업 윤리에 반할 뿐 아니라 국민을 겁박하는 행위다. 이번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이런 때에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다면 그 혼란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며 “이를 빌미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과연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의심스럽다. 의협 지도부는 파업 위협을 철회하고 백신 접종에 협력해야 한다. 의협이 진정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다면 시민들은 의협의 존재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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