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야 실력 향상?.. "성적 우선 엘리트 체육 문화 바꿔야"
배구 이어 프로야구도 '학폭' 의혹
스포츠계 전체로 '미투' 계속 번져
중·고교 선수 "또래에 피해 경험"
감독에 폭력 감시 책임 없어 방관
합숙 철폐 논의에 "현실 몰라" 반발
"성적지상주의 개선 없인 근절 못해" 상>
자매 이후 곧바로 송명근(28), 심경섭(30·이상 OK금융그룹)과 일부 여자배구 선수들에 폭로가 나온 데 이어 이상열(56) KB손해보험 감독이 12년 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36·한국전력)를 폭행한 사실이 재조명받으며 이 감독이 잔여시즌 출장을 자진해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주말 동안에는 남자배구 국가대표 박상하(35·삼성화재)가 학창 시절 폭력을 주도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한, 프로야구 한화의 한 선수에 대한 폭로까지 나오며 마침내 체육계 전체로 불길이 옮겨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박상하와 한화 선수의 경우 폭력 가담 사실 자체를 부인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는 있지만 ‘학폭 미투’의 불길은 다시 살아났다. 이런 가운데 21일 의정부체육관에는 폭력 문제로 감독과 주축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맞대결이 펼쳐져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이렇게 ‘학교 폭력’이라는 불씨는 체육계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미투’들이 대부분 길게는 10여년 전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런 폭력 문화가 과거의 관행이라고 생각하는 스포츠 팬들은 거의 없다. 불과 2년여 전 정부가 시행한 전수조사를 통해 폭력 문화가 여전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체육계가 이 같은 결과를 손에 쥐고도 상당 비중의 또래 간 폭력을 막아낼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재범 사건에 이어 철인3종 최숙현 선수의 비극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및 시행령도 인권침해 조사 강화, 신고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등 지도자 등 성인 가해자들의 폭력을 감시하는 데에 집중했을 뿐 또래 집단의 일상적인 폭력을 막기 위한 장치는 지도자 인권교육 강화가 전부였다.
무엇보다 또래 간 폭력의 감시 책임이 지도자에게 부여돼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가 외부 잡음 등을 우려해 선후배 간의 폭력 등을 눈감는 일이 부지기수다. 심지어는 ‘팀 내 기강 잡기’라는 명목으로 선배들이 지도자에게 권위를 빌려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분명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임에도 교육자들이 책임에서 한발 멀어져 있는 형국이다.
합숙 등 일상적 폭력을 부추기는 환경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9년 정부의 대책 중 하나로 합숙 폐지 등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합숙은 성행하고 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합숙 훈련은 필수다. 합숙 폐지는 현장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체육계의 반발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학폭 미투의 시작점이 된 배구계는 프로조차도 남녀부 대부분이 합숙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종목의 최고 선수들마저 합숙을 하는 상황에서 학교부터 합숙 문화를 먼저 철폐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이번 미투 사건을 계기로 프로배구가 합숙 제도 철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을 뿐이다.
물론, 감시장치를 추가하고, 문제 되는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체육계의 폭력 문화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폭력을 생산해내는 근본 원인인 성적지상주의가 여전한 탓이다. 인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성적만을 중심으로 선수와 지도자를 평가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폭력을 성적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픈 유혹을 언제나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성적에 목을 매는 가운데 폭력을 조장하는 엘리트 체육의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체육계 폭력으로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만,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폭력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아직도 그들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면서 “성적을 최우선하는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연맹, 대한체육회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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