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가면 간식 주세요".. 배민 '고마워요 키트' 논란

변희원 기자 2021. 2.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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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어플 캡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19일 배달 기사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간식 가방’을 앱 이용자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다가 논란이 되자 6시간 만에 이벤트를 접었다. 일부 소비자와 배달 기사는 “배민에서 배달 기사에게 해줘야 하는 복지를 왜 소비자에게 떠넘기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19일 오전 9시 배민 앱과 소셜미디어 계정, 유튜브 채널에 “배달 기사님들께 응원 메시지를 적어 신청해주세요”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다음 달 9일까지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3000명을 뽑아 ‘고마워요 키트’를 나눠준다는 내용이었다. 이 키트는 간식 가방, ‘기사님 덕분에 오늘도 행복해요’라고 적힌 스티커, 배달 음식을 올려놓는 매트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간식 가방은 소비자가 배달 기사를 위한 음료나 간식을 넣어서 고마움을 표현하라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가 다 멈췄을때 실핏줄처럼 우리 삶을 지탱해온 배달기사, 택배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배달기사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고객에게 감동한다는 반응이 많았고, 고객들도 배달기사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주길 원해서 키트를 제작하게 됐다”고 이벤트의 취지를 밝혔다. ‘온정 넘치는 배달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이용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고마워요 키트’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유튜브 동영상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올라왔다. “배달 기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그걸 배민이 주도하는 게 이상하다” “배달 기사의 물과 간식 같은 복지는 고객이 아니라 회사에서 챙겨야 한다” “우린 이미 배달비를 냈는데 왜? 갤럭시폰을 산 소비자가 삼성전자 직원의 간식을 챙겨주진 않는다” 는 반응이 있었다.

배달 기사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배달 기사의 권익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물과 간식이 앱 이용자의 개인적인 선의라면 좋지만, 배민이 이런 이벤트를 벌인 건 모욕적”이라며 “우리를 불쌍하게 보이게 했고, 회사에서 책임져야 할 복지를 소비자에게 떠넘겼다. 우리가 배민에 줄곧 요구한 건 간식이 아니라 처우 개선이었다”라고 했다.

배민은 이 이벤트를 시작 후 6시간 만인 19일 오후 3시 종료했다. 우아한 형제 측은 “고마워요 키트에 1회분의 간식이 들어있고, 이후엔 고객이 자발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 전가나 강요는 아니다”라며 “지난 19일 행사를 시작했으나 예정됐던 3000건의 댓글이 금세 넘은데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조기 종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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