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한파, 日지진에 공장 스톱.. 반도체·車 '글로벌 공급 쇼크' 오나

박건형 기자 2021. 2. 21. 2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한파·日강진, 주요 공장 스톱.. 복구 늦어져 부품 공급에 차질

미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한파가 주춤해지고, 일본 동북 지방에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강진(强震)이 덮친 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공장 재가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정유 등 핵심 기반 사업이 큰 피해를 입으며 복구가 더뎌지고, 일본 업체들도 피해 파악에 분주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을 비롯해 반도체 공장들이 대거 멈춰서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GM·포드·기아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손실을 입은 데 이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일대에 몰아닥친 한파로 35번 고속도로에 트럭들이 멈춰서 있다. 이번 한파로 삼성전자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업체들의 공장이 대거 가동 중단됐다. /AFP 연합뉴스

◇삼성 오스틴 공장, 전력 부족에 물 부족까지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 시각) 한파로 인한 전력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당장 재가동이 힘든 상황이다. 당초 오스틴시는 삼성전자에 16일부터 3일간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알렸지만 4일이 지난 20일까지도 완전한 전력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반도체 공정에는 웨이퍼 공정과 화학물질 세척에 막대한 양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파로 인해 오스틴 일대의 수도관과 정수 시설도 피해를 입으며 물 공급도 중단된 상태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과 전력 공급이 완전히 재개되더라도 내부의 화학약품이나 웨이퍼 상태가 어떤지 살펴봐야 재가동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반도체(GPU)와 모바일칩셋 등을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하루 가동이 중단되면 100억원가량의 조업 손실이 발생한다. 가동 중단 기간이 늘어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가뜩이나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공장 가동 중단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텍사스의 NXP(네덜란드), 인피니언(독일)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이 가동 중단됐고 일본에서는 지진 여파로 르네사스(일본) 공장이 멈췄다. NXP·인피니언·르네사스는 세계 1~3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15~20% 오른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연합신문망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도 최근 대만 내 심각한 가뭄으로 공업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공장 가동 중단으로 반도체 생산량이 더 줄어들면,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생산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차량 1대에 수백개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대당 수천개로 늘어난다”면서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이 적은 차량용 반도체 라인 증설을 꺼리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반도체 업계에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 M&A(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업체를 인수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려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TV·스마트폰·자동차 원가 상승 불가피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상승은 결국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TV, 스마트폰, 자동차 등 소비자 제품은 물론 각종 설비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TV 수요 급증과 TV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LCD TV 패널 가격이 급등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TV 업체들은 LCD TV를 팔수록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D TV는 제조 원가에서 LC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데, LCD 패널 값이 6개월 새 5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LCD TV 생산이 아무리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해도, 계속 손해를 보고 팔 수는 없다”면서 “이번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스마트폰, PC 등 다른 분야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