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서울시장, 거북이가 이긴다
참 우습다. '연정'이란다. 주인은 줄 생각도 없는데 객들이 자기들 먼저 나누겠다는 꼴이다. '탐욕'이 보인다. 서울 시장선거 안철수 후보와 나경원, 오세훈 후보 등 야권 주요 후보들 이야기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 '연정' 이야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국민의당 안 대표의 발언으로 야권 주요 후보 3인 사이에서는 묵시적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안 대표는 "저는 초기부터 범야권 인재를 널리 등용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단일화에 대해 의지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연정 화두는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나 후보와 오 후보가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용돌이를 키웠다. 하루 앞서 13일 오 후보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저는 중도 우파로 안 후보와 노선이 다르지 않다. 외국에는 연립정부 실험이 있지 않느냐"며 연정 구상을 제안했다. 나 후보는 한술 더 떠 여권 탈당파인 금태섭 후보,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까지 함께하는 '자유주의 상식 연합' 구축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노선이 다르지 않으니, 같이 나누자는 것이다.
솔직히 이게 '연합'인지, '야합'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깊은 뜻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서울시장 자리는 반드시 나눠 먹더라도 가져야겠다는 것이다. 정작 시민들은 묻는다. "너희가 뭔데?" 선거는 복잡한 고등수학이다. 그렇다고 산수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게 아니다. 더한다고 값이 커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가 더해지면 마이너스(-) 값만 커질 뿐이다.
동양적 관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는 플러스 값은 '순수'다. 선거에서 설사 거짓이어도 순수하다 가장하는 이유다. 탐욕은 최악의 마이너스 값이다. 순수하면 '정'(情)이 흐르고 '측은'(惻隱)과 '애'(哀)가 생긴다. 순수가 사람을 얻는 이치를 노자는 '애병무적'(哀兵無敵)이라 했다.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치이기도 하다. 잘 달리는 토끼는 거북이와 경쟁을 했지만, 기어가야만 했던 거북이는 토끼와 경쟁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기어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와 먼저 싸워야 했다. 토끼는 쉽게 달리고 쉽게 쉬지만 거북이는 그럴수가 없다. 그저 죽을둥살둥 기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서 거북이는 토끼를 이겼다. 아니 반드시 이긴다. 사실 100년 생 거북이의 기어간 거리가 6~8년 생의 토끼의 달린 거리보다 길 수밖에 없다. 그게 자연이요, 당연의 이치다. 그래서 동양의 모든 현자들이 바보가 이긴다고 했다.
특히 선거라는 시합이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바보가 결국 이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의 바보였다. 재임 기간은 몰라도 최소한 선출 직전까지 그는 기어갔지, 뛰어가지 않았다. 정치판에서 모두가 아는 빠른 길을 스스로 거부했다. 권력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권력으로 이루려는 일이 진정한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보 노무현은 결국 이겼다. 물론 바보 노무현도 선거 승리를 위해 연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것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함께 하는 말 그대로 '포용'의 연정이었지, 같은 노선의 이들이 힘을 합쳐 권력을 가지려 한 것이 아니었다. 권력을 나눠 꿈꿨던 이상의 나라를,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었다.
힘을 합쳐 권력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나눠 이상을 이루는 것 그 것이 진정한 연정이다. 그 것이 지금 현 정부가 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고, 그 것이 현 야권 후보들이 하는 게 야합인지 연정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현 정권은 이미 가진 것을 굳이 나누려 하지 않고 현 야권 후보들은 모두가 꿈꾸는 '준거도시'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힘을 합쳐 자리만 차지하려는 것으로만 보인다. 모두가 '탐욕'이다.
본래 그 탐욕의 지나침이 촛불에 불을 붙였다. 그저 편끼리만 나눠 먹으려는 심보가, "우리가 남이가"하는 그 말들이 촛불을 '광화문의 들불'로 만들었다. 그런데 다시 그 탐욕이라니 …. 시민들은 그런 탐욕보다 차라리 재차, 삼차 무능을 선택하겠다 싶다. 무엇보다 야권 후보들의 상대는 그리 무능해보이지도 않는다. 많은 면에서 오히려 더 나아보이기까지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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