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만한 유통업자로 믿었는데" 양식어민 울린 사기단

양식어민이 공들여 키운 활어를 시중에 팔려면 유통업자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유통업자를 사칭해 어민이 키워낸 활어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부도어음과 부실담보를 제공해, 어민들을 두 번이나 울린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 유통업자로 믿었는데…알고 보니 '사기단'

이들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2년 동안 전북 고창 등 전국의 소규모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에게 정상적인 유통업자인 것처럼 접근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대형거래처를 확보한 신용 있는 유통업자"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거래 초기에는 활어를 받은 뒤 정상적으로 거래대금을 지급했습니다. 믿음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의 본색이 드러났습니다. 활어의 품질이나 상태 등을 문제 삼으면서 값을 치르지 않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당한 양식어민들이 13명. 모두 139회에 걸쳐 37억 원 상당의 활어를 공급받기만 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주범인 43살 A씨를 비롯해 3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또, 운송과 어민 유인 등을 맡은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 고소당했는데 또 사기를?…어민만 두 번 울었다.

사기를 당한 어민들은 당연히 분개했습니다. 일부 어민들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어민들을 두 번이나 울렸습니다. A씨 등은 형사 고소를 당하면 부도어음이나 담보가치가 없는 부동산 등 부실담보를 제공해 채무를 이행할 시기를 유예받거나 고소를 취하하도록 했습니다. 돈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피해 회복을 원했던 어민들을 또 속인 셈입니다.

검찰은 "양식 수산물은 수협을 통한 유통보다는 개별 유통업자에게 의존하는 관행이 있으며 피해 어민들은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범죄의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경찰 수사단계에서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된 고소 사건들에 대해 계좌추적이나 디지털 포렌식 등 보완수사를 벌여 사기를 벌인 활어 유통조직을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혐의없음'으로 송치됐던 62살의 운송담당자에 대한 고소사건을 기초로 공범들이 등장하는 전국 7개 검찰청 사건을 분석한 끝에 사기단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박웅 기자 (is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