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폭탄' 연장 결국 부실만 초래.. "현금지원·구조조정 병행을"

은진 2021. 2. 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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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에 취약차주 줄었지만
소득 증가 보단 부실 감춘 사례
빚투 따른 세대별 부실화 우려도
"연기만으론 한계.. 민관 협력을"
5대 은행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단위:억원) <자료:각 은행>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시중 5대 은행이 지난해 2월 이래 만기와 이자 납기를 미뤄준 대출 규모만 8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월로 이 대출금에 대한 '유예조치'는 끝난다. 정부는 다시 유예조치를 연장한다는 방침이고 일단 은행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유예조치는 부실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유예조치로 빚을 키우기보다 현금성 지원과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정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총 73조2131억원, 건수는 총 29만729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은행연합회 보고 수치는 5조원대이지만,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면 15조원대로 금액이 큰 차이가 났다. 이는 전산 시스템상 대출 담당 직원의 '면책' 대상으로 등록된 건만 집계됐기 때문이라고 은행측은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미뤄준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원금 6조4534억원(9963건)과 같이 유예된 이자 455억원(4086건) 등을 더하면 5대 시중은행의 납기 연장 대출과 이자 총액은 79조7120억원에 이른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9월 이미 한 차례 대출 상환 유예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경기 한파에 한계 가계와 기업의 부실은 더욱 늘어만 간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225.9%로 지난 2019년말보다 8.4%포인트 늘었다. 그만큼 가계의 채무부담이 커진 것이다. 특히 LTI 100%구간, 즉 소득 대비 부채가 적은 구간은 48.3%로 소폭 하락한 반면, 300% 초과 구간은 23.6%로 2019년말보다 1.3%포인트 늘었다.

그나마 정부의 유예조치 속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이하 취약차주)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체 차주 중 6.7%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취약차주가 가계부채의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낮아졌다.

정부의 각종 지원에 취약차주 비중 자체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부 지원은 근본적 소득 증가로 보기 힘든 면이 있어 부실이 가려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실제 한은의 조사결과, 지난해 9월 말 60대 이상의 LTI가 250.6%로 가장 높았다. LTI의 증가세는 30대 이하가 221.1%로 가장 높았다. 30대의 주식시장 '빚투'의 현실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대별 부실화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과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30대는 물론 40대까지의 대출 규모 증가세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며 "무엇보다 이들 세대는 우리 경제를 이끄는 노동력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취약차주 가운데 60대 이상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금융권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만 18.0%를 차지했다. 경제활동 일선에서 물러난 60대 이상 차주는 소득 기반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채무상환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대출 상환 유예 재연장보다는 구조조정 등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생태계 자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함께 활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대출 상환 유예를 연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연기해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에 피해가 집중됐던 외환위기 때 산업은행 등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했던 것처럼 자영업·소상공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부터 생존력이 저하돼왔던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만 끝나면 다시 잘 살 수 있겠느냐"며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고 빅데이터 등을 총동원해 자영업·소상공인들의 폐업·전업을 지원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은진·강민성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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