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수직정원, 세빛둥둥섬 떠올라" 박영선 "뉴욕도 '15분 도시' 공약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 투표 시작을 닷새 앞둔 21일, 민주당 경선대회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가 다시 만났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영상 스튜디오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 경선대회’에서 박 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21분 콤팩트 도시’를 재차 강조했고, 우 후보는 박 후보의 공약이 “민주당답지 않다”며 한층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경선대회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우 후보는 이날 자신의 비전을 발표하는 10분 가운데 적지 않은 시간을 박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데에 썼다. 우 후보는 자신의 정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박 후보의 ‘21분 콤팩트 도시’ 공약 내용 중 서울 도심에 ‘수직 정원’을 만들겠다는 부분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의 랜드마크인 세빛둥둥섬이 떠오른다”며 “(박 후보의) 이 공약에는 절절한 서민의 애환이 담겨있지 않다. 민주당답지 않은 공약이다. 40층 정도 된다는데 나무 5000그루를 세우려면 여러분이 마을에 (수직정원을) 세우는 것을 찬성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 후보는 “이 공약은 본선에서 이기기 어려운 공약이다. 화려해보이지 않아도 민주당다운 공약으로 승부했으면 한다”라며 재차 공약 철회를 요청했다. 이미 우 후보는 앞선 텔레비전 방송 토론에서도 박 후보의 수직 정원 공약을 겨냥해 “모기가 들끓을 것”, “낙엽 치우느라 난리가 날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는데 이날 경선대회에서는 보다 발언의 수위를 높여 공세를 이어갔다.
박 후보는 이후 ‘서울시민이 묻고 후보자가 답한다’는 이름의 질의응답 순서에서 “21분 도시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서울의 큰 걸음”이라고 설명하며 우 후보의 공세에 맞섰다. 박 후보는 ‘서울을 친환경 도시로 재생시킬 대안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 ‘21분 도시’를 내세우며 “수직정원은 기존 건물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나무를 몇천 그루 심느냐는 동네마다 몇백 그루, 1000∼3000그루가 될 수도 있다”며 “올해 11월 선거가 있는 뉴욕에서도 15분 도시 공약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우 후보 지적과 달리 수직 정원은 상황에 따라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며, 나아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그밖에 우 후보는 ‘서울시장이 된다면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시를 완전히 비상체제로 전환해서 코로나 확진자를 1∼2개월 안에 확 줄이겠다. 방역 수칙을 어기는 곳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의 방침과 시장의 정책 목표가 다르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에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일한 것을 언급하며 “민주당 방침과 시장의 정책 목표가 다른 경우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정신을 서울시민과 상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장 경선 투표는 26일부터 시작해 내달 1일까지 나흘동안 진행되고 1일 오후 6시께 최종 결과가 나온다. 경선 투표 결과 발표까지 딱 일주일 정도가 남은 셈이다. 두 후보는 지난 2일 당이 기획한 ‘온라인 국민면접’을 시작으로 두 차례 텔레비전 방송 토론에 참여했고 마지막 한 주 동안 <불교방송>(22일 오전 7시20분), <시비에스>(CBS)(24일 오후 6시25분) 라디오 토론, <한국방송>(KBS) 토론회(25일 저녁 10시50분)에서 다시 맞붙는다.
마지막 한 주 동안 우 후보가 지지율이 한참 앞서가는 박 후보를 얼마나 따라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박 후보의 우위는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다. <문화방송>(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 범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박 후보는 35%, 우 후보 9.5%를 기록했고, <에스비에스>(SBS)-입소스의 6~9일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항목에서 박 후보가 30%, 우 후보가 9.8%를 기록했다. 13~14일 이뤄진 <문화방송>-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38.1%, 우 후보가 9.4%를 기록하며 앞선 조사들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 후보 캠프 쪽에서는 후보자 경선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50% 반영되는 만큼 당내 조직력을 기반으로 역전을 노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우 후보가 조직이 강세라고는 하지만 조직도 바람을 따라간다”며 당심도 민심에 따라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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