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티 작품이 아이들 연주곡? 아름다운 선율 직접 느껴보세요"
클레멘티·바흐 작품 2장 음반
5년만에 솔로 클래식 연주
손 부상 클레멘티 연주로 극복
바흐 오르간作 '토카타와 푸가'
유려한 피아노곡으로 편곡도
20세기 중반들어 작곡과 연주는 완전히 분화되기 시작했고, 작곡가와 연주자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게 불문률처럼 여겨졌다. 상대의 영역에 뛰어들었다가 어설픈 연주솜씨, 수준낮은 작품으로 비난받는 게 두려웠을 수도 있다.
1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박종훈(51·연세대 교수)은 현 음악계의 분업화 시스템을 두고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반은 예술적 관점에선 암흑기"라며 "후대 예술사가들은 이 시기를 두고 연주자들이 전혀 창작을 하지 않았던 시기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은 이 시대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슈베르트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6곡의 피아노 작품인 6슈베르티아나(Schubertianas)를 악보로 출간하고 연주회를 열었고, 카미유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피아노 파트를 직접 다시 써서 연주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엔 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우리 시대 음악가들의 모습은 예술가라기 보단 장인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베토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합니다. 물론 의미있는 일이고 훌륭한 음악을 선사하죠. 하지만 거기서 끝이에요. 베토벤의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한 창작이 나오지 않아요. 예전 음악가들은 바흐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창작곡을 들려줬어요. 새로운 걸 창조하지 못한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이라고 말하기 힘들어요."
그는 지난 5일 무치오 클레멘티의 피아노 소나티네와 바흐의 작품들로 2장의 음반을 냈다. 솔로 클래식 연주음반으로는 5년 만이다. 클레멘티 음반에는 피아노 소나티네 작품번호 36의 17개 곡을, 바흐 음반에는 파르티타 2번 다장조,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를 각각 담았다.
이중 오르간 작품으로 유명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는 박종훈이 직접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다. 그 유명한 도입부 멜로디에 이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오르간 원곡과 달리 박종훈의 피아노 편곡 버전은 물이 흐르듯 유려하다.
이번 클레멘티 음반도 눈길을 끈다. 사실 클레멘티 작품은 피아노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주로 연주하는 곡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프로패셔널 연주자들이 클레멘티 작품으로 음반을 내거나 연주회 프로그램으로 올리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연말 손에 이상이 와서 독주회를 취소했어요. 손목 통증을 달고 사는 다른 동료 연주자들과 달리 저는 평생 단 한번도 손에 무리가 온 적이 없었던 터라 충격이 컸죠. 한달간 피아노에 손도 못댔어요. 이후 손에 부담이 되지 않는 클레멘티의 곡들로 일종의 재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이 계기에 클레멘티로 음반을 한번 내보자고 생각을 했죠. 클레멘티의 선율은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작품을 연주한 녹음이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죠."
박종훈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는데로 열 새로운 유형의 음악회도 구상하고 있다.
"관객들이 피아노를 주변에 빙 둘러앉아 연주를 듣고 중간중간 저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와인도 함께 마시며 연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옛날 살롱 음악회를 구현하는 거죠. 현 시대 공연 분위기가 원래 클래식 공연 문화라고 생각하시면 오해에요. 어찌보면 과거의 좋았던 것들을 많이 잃어버렸죠. 연주회가 쉽지 않은 이 시기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오수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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