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파·일 강진에 석유 공급 '비상'..국내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은?

홍석재 2021. 2.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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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한껏 움츠러들었던 국내 정유업계에 뜻밖의 '돌파구'가 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한겨레> 와의 통화에서 "정유 시장은 세계가 하나로 묶여서 굴러가는 만큼, 미국·일본 쪽의 수급 불균형이 생기면 국내 정유업계 공급량 증가와 함께 정제마진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며 "하반기 백신 효과가 더해지면 정유업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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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합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남도청 제공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한껏 움츠러들었던 국내 정유업계에 뜻밖의 ‘돌파구’가 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고 정제마진도 조금씩 늘어나는 와중에 두 가지 ‘외생변수’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 몰아닥친 한파와 일본 강진이 그것이다.

■ 국제유가, 지난해 4월보다 3배 올라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값은 19일(현지시각) 기준 배럴당 62.91달러로 집계됐다. 17일(64.34달러)보다는 조금 내렸지만 배럴당 50달러 중반에 머물던 지난달 중순과 견주면 한달 새 10달러 이상 뛴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4월 한때 19달러까지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오름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게 눈에 띈다. 지난 8일과 16일엔 정제마진이 모처럼 배럴당 2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손익분기점인 4~5달러선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지난해 여름 초유의 마이너스(-) 값을 기록한 이후 줄곧 1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한 때와는 분위기와 달라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6일 낸 보고서에서 “2월 국제유가 상승은 오펙플러스(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의 견고한 감산 이행과 미국 석유제품 재고 감소 등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일본, 400만배럴 시설 멈춰

최근 미국을 덮친 한파와 일본 강진의 여파가 정유산업 회복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국내 정유산업에 예상 밖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 등을 보면, 최근 환경 재난을 겪은 미국과 일본 두 지역에선 하루 400만배럴 규모의 정제시설이 가동을 멈췄다. 전 세계 생산 가능량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유시설은 일단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에 3~4주가량의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공급 차질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한파가 몰아친 미국에서만 하루 330만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전체 생산규모의 15%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원유 생산 및 정제시설이 밀집한 텍사스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내 70% 이상 지역이 눈으로 뒤덮여 석유제품 공급차질과 난방 수요 증가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후쿠시마 앞바다에 규모 7.3 강진이 발생한 일본에서도 정유시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전체 하루 정유생산량의 22%인 74만배럴 생산 시설이 가동을 멈췄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화학 설비들의 가동 중단이 잇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정제마진 개선속도가 빨라지고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유소 기름값 13주째 오름세

국내 정유업계도 내심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최근의 회복세를 발판으로 2분기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본격화에 따라 항공유 등 석유제품 소비가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유 시장은 세계가 하나로 묶여서 굴러가는 만큼, 미국·일본 쪽의 수급 불균형이 생기면 국내 정유업계 공급량 증가와 함께 정제마진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며 “하반기 백신 효과가 더해지면 정유업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가운데 주유소 기름값은 13주 내리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7.3원 오른 ℓ당 1463.2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상승 폭은 이달 첫째 주 1.5원에서 둘째 주 3.9원, 셋째 주 7.3원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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