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취소법 전운..의협 반발에 與 "국민건강 볼모 용납 못해"
의협 "백신접종 협력 등 코로나 대응에 장애 초래할 것"..정총리 "불법 행동 현실화하면 단호히 대처"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이른바 '의사면허 취소 확대법'을 두고 충돌하면서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 범죄를 의료법 위반에서 일반 강력범죄로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의협이 '의사 죽이기 악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의협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대응 비협조를 언급하자, 정부 여당이 '국민 건강을 인질로 삼는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하는 등 지난해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문제로 거세게 부딪혔던 양측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서면 논평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의협을 겨냥해 "'의사 죽이기 보복악법'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을 내걸고 성명을 발표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에 국민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인질 삼아 강력범죄 면죄부를 유지하려는 의사단체 시도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강화해, 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등 의료법 외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변호사 등 다른 직역의 전문직들과 형평성을 감안한 면허취소 강화 조치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자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전날(20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는 "2020년 8월 투쟁에 대한 보복입법으로 시작된 의사죽이기 악법"이라며 "코로나19 치료, 예방접종, 아무 조건없이 오직 국민을 위해 정부에 협력, 지원한 대가가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사 죽이기 보복악법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 최대집은 국회 앞에 제 피를 뿌려서라도 끝까지 저항 투쟁하겠다. 무슨 결과를 가져오든 책임은 온전히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며 "법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 13만 의사 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 등 투쟁 방식을 두고 신속하게 논의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과 거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 의사가 백신 접종 가지고 협박하면 그게 깡패지, 의사인가"라고 비난하자, 최 회장은 "국회의원이 입법권 가지고 보복성 면허강탈법을 만들면 그것이 조폭, 날강도지 국회의원인가.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뛰나 보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한심하고 역겹다"며 "아마 국민들도 더불어민주당 집행부가 부끄럽고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 비협조를 운운하는 의협의 강력한 반발에 여권은 격앙된 분위기다.
신영대 대변인은 "의료인들은 매년 집계되는 전문직 성범죄 통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부터 내야 한다"며 "그 어떤 자성의 목소리 없이 코로나로 인해 고통 받는 국민에게 백신 접종 중단이라는 협박성 조건을 내걸며 비상식적 특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의협은 '백신 접종 전면 잠정 중단' 등 집단행동 가능성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라며 "만일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다. 결코 불법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하게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살인, 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라며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의협을 향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도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규제가 적용됐는데, 의사만 안된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의당 역시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가 울고 갈 일"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대국민 협박도 정도껏 해야지 살인, 강도 등 금고 이상의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면허는 허용해야 한다니 의사면허가 치외법권인가"라며 "마치 삼한 시대 법과 정치가 미치지 못해 죄인과 도적떼의 소굴이 되었다는 소도를 자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의료계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지금 의료계는 코로나와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 전위부대"라며 "이 법안이 6·25 전쟁으로 치면 군인 자격 박탈을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굳이 이 시점에 의료계 장악이라는 오해까지 사며, 현 정권은 의료계와 화풀이 일전을 벌인다"며 "코로나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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