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코로나 주요 국면마다 '시민 생명' 볼모로 집단행동

조형국·이창준·곽희양 기자 2021. 2.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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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법 개정안 통과 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3차 재확산의 기로에 선 국면에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방역의 변수로 떠올랐다. 의협이 ‘중범죄 시 면허취소’라는 법안 취지에 반대하는 명분이 모호할뿐더러 의사들의 집단 이익을 지키기 위해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시민 생명을 볼모로 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협은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지난 2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법 통과 시 집단행동’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보이콧’할 뜻을 시사했다.

의협이 예고한 집단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정부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계획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한데, 접종에 참여한 다수 민간 의료진의 협조가 안 될 경우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조를 고리로 의협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의협은 지난 17일 법상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바꾸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백신 접종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할 각오를 다지고 있는 의사들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지치고 힘든 의사들을 다시 한번 거리로 불러내겠다는 것이라면 의사들은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이 확산될 때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수차례 총파업을 진행했다.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에 정부가 ‘의사고시 추가접수 불허’ 방침으로 맞서며 극에 달한 갈등은 이후 정부가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며 일단락됐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집단행동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의협이 코로나19 주요 국면마다 커진 협상력을 지렛대 삼아 번번이 집단 이익을 관철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법 개정 취지에 반대하는 명분이 분명치 않다.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2000년 이후 법 개정에 따라 의사들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박탈되지 않고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데 그쳐왔다. ‘고위험 수술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 기피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개정안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경우 금고 이상의 선고를 받더라도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코로나19 3차 유행 재확산 기로에서 시작되는 백신 접종을 이해관계 관철의 지렛대로 삼는 행태가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지난해 2차 유행 당시에도 집단휴진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의사들이 백신 접종을 볼모 삼아 파업에 나선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의 주장은 다 받아들여진다는 신호를 줘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의협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법적 집단행동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에서 백신 불안을 악의적으로 조장하지만 국민은 현명하다”며 “그 ‘일부’는 국민의 불안·불신으로 무슨 이득을 보려 하는 것인가”라고 의협을 에둘러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도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 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조형국·이창준·곽희양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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