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깔리면 집값 수억 뛴다" 지자체 서부권 노선 쟁탈전
인천 "Y자노선으로 수혜 확대"
경기는 "김포 포함 일직선"
시점·종점 두고도 의견 갈려
부천~삼성~잠실은 확정
서울시, 3개역 추가 요청도
GTX는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뚫고 최고 시속 200㎞, 일반 지하철의 세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운행해 수도권 전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1시간 내 연결할 수 있다. 현재 A(파주~동탄)·B(남양주~송도)·C(양주~수원) 등 3개 노선이 계획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상반기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노선'은 GTX-D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TX-D는 2019년 10월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새로운 노선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급부상했다. 서부권 광역철도라는 명명 때문에 기존 서울시에서 검토했던 남부광역급행철도 노선이 주목을 받았다. 이 남부광역급행철도는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을 기점으로 해 송파구 2호선 잠실역을 종점으로 했다. 이 노선은 서울 서남부권에서 서울 강남 테헤란로까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검토됐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은 "서울 서남부권 교통의 핵심은 테헤란로와의 접근성인데, 수도권 서부에서 테헤란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현재 없다"며 "부천종합운동장부터 삼성과 테헤란로로 이어지는 노선은 반드시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건 기점과 종점이다. GTX-D가 부천부터 테헤란로와 잠실 등 강남 핵심지를 통과할 건 비교적 명확하지만 기점과 종점을 두고는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지자체들이 뛰어들면서 지자체 간 GTX-D 쟁탈전 양상으로 흐르는 중이다. 경기도가 제안한 GTX-D 노선은 김포~검단~계양~부천~서울 남부~강동~하남을 잇는 동서 라인이다. 경기도는 이 노선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했고 사업비는 약 5조8097억원으로 추정했다.
인천시 역시 작년 5월에 용역에 착수해 10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시에서 출발한 후 부천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특별시와 하남시를 가는 Y노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5호선 동쪽이 강동역 이후 마천행과 하남풍산행으로 갈리는 것처럼 부천종합운동장 서쪽으로 인천공항행, 김포행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천시 역시 Y노선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각 지자체의 연구용역을 맡았던 김 회장은 "과거 지하철 노선이 극히 부족했을 때라면 Y노선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인천공항행 지선은 송도로 가는 GTX-B 노선과 수요가 겹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역과 잠실역 동쪽 노선을 두고선 강동구가 3개 노선을 검토 중이다. 각각 고덕역과 길동생태공원역, 천호역을 거쳐 동쪽으로 가는 안이다. 강동구는 지난해 국토부에 GTX-D 노선 유치를 위한 10만 주민 서명부를 전달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3개 노선을 두고 주민들 간 첨예하게 대립해 어느 한 노선을 특별히 구청에서 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 거여·마천 지역에서는 GTX-D 노선 유치를 위한 주민 동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만여 명이 동의하면서 판이 커진 상황이다.
이렇게 각 지역이 GTX에 들끓는 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12월 28일 국토부가 GTX-A 창릉역을 신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창릉역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아파트는 일주일 새 2억원이 뛰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에 GTX-A·B·C 사업과 관련해 정거장을 추가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A노선에는 시청역, B노선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C노선에는 왕십리역을 각각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이다. 다만 정거장을 추가하면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탓에 사업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서울시 광화문광장 추진단은 2019년 A노선에 광화문역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비용 문제로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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