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OK금융그룹, 펠리페 있음에 그나마 다행

권혁진 2021. 2.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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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논란으로 두 명의 레프트 공격수가 이탈한 OK금융그룹이 연패를 4경기에서 막았다.

최악으로 치닫던 팀 분위기를 뒤집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생기를 불어넣은 이는 외국인 선수 펠리페였다.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에 OK금융그룹은 학교 폭력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를 만났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이 국내 선수들에게 "펠리페의 관리하는 법을 배워라"고 주문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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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 이겨내 기뻐"
KB손해보험전 41점으로 4연패 탈출 지휘
[의정부=뉴시스]고승민 기자 =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이 잔여 시즌 출장을 포기해 팀이 코치 3인 공동대응 체제로 전환한 2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01 V리그 KB손해보험 대 OK금융그룹 경기, OK금융그룹 펠리페가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2021.02.21. kkssmm99@newsis.com

[의정부=뉴시스] 권혁진 기자 = 학교 폭력 논란으로 두 명의 레프트 공격수가 이탈한 OK금융그룹이 연패를 4경기에서 막았다. 최악으로 치닫던 팀 분위기를 뒤집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생기를 불어넣은 이는 외국인 선수 펠리페였다.

OK금융그룹은 21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19 25-27 18-25 25-22 15-11) 역전승을 거뒀다.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에 OK금융그룹은 학교 폭력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를 만났다. 송명근과 심경섭이 중고교시절 후배를 상대로 벌인 폭력적인 행위들이 인터넷을 통해 폭로됐다.

두 선수는 잘못을 인정하고 곧장 팀을 떠났다. 연패는 4경기까지 늘었다.

6라운드 첫 경기였던 이날 KB손해보험전마저 패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은 더욱 험난해지는 상황.

OK금융그룹에는 펠리페가 있었다. 펠리페는 팀내 최다인 41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세트스코어 1-2로 패배 위기에 몰렸던 4세트에서는 11점을, 역전극이 마무리 된 5세트에서는 7점을 책임졌다.

OK금융그룹 선수 중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자였다. 블로커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쳐내기와 빠른 스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견제를 벗어났다.

펠리페는 "연패로 힘들었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 기쁘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동료의 이탈로 책임감이 커졌다. 펠레페는 "두 선수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선수들끼리 '앞만 보자, 우리들끼리 최선을 다해보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소개했다.

펠리페는 벌써 4시즌째 V-리그를 소화 중인 장수 외국인 선수다. 다른 선수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늘 한결 같다는 장점이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이 국내 선수들에게 "펠리페의 관리하는 법을 배워라"고 주문할 정도.

펠리페는 "특별한 것은 없다. 힘과 스피드가 모두 나와야 하는 운동이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나도 나이가 먹어가고 있어서 젊은 선수들과 뛰려면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 4세트 도중 KB손해보험 케이타와 벌인 신경전에는 형님답게 쿨하게 사과했다. 펠리페는 "케이타가 공격 후 우리 코트를 보고 있어서 그랬다"면서도 "서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케이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2017~2018시즌을 시작으로 4번째 V-리그를 소화 중인 펠리페는 아직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한국전력(2017~2018시즌)과 KB손해보험(2018~2019시즌)에서 뛸 때는 팀이 하위권에 머물렀고 지난 시즌에는 우리카드에서 마침내 꿈을 이루는 듯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레이스가 조기 종료되면서 눈물을 삼켰다.

펠리페는 "남은 한 달 가량 최선을 다해 꼭 (포스트시즌에)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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