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협 부활 목소리 커진다

한우람 2021. 2.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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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후 자취감춘 협의회
상의·무협 리더십 교체 맞춰
反기업법 제동에 힘 모으기

◆ 경제단체 통합론 급물살 ◆

경제단체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기존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실상 자취를 감춘 협의회를 부활시켜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경단협은 국민 경제 발전 이바지를 목표로 국내 70여 개 종합 및 업종별 경제단체가 가입해 있다. 경제 5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모두 포함돼 있고 국내 주요 업종 협회 역시 모두 회원사로 참여해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경제단체 협의체다.

하지만 경단협 핵심 멤버 중 하나인 전경련이 국정 농단 사태로 급격히 힘을 잃은 2017년 이후로 활동이 위축돼 있다. 현 정부 역시 경제인 소통 창구로 경단협을 홀대하고 있다. 기존 대표 경제단체 조직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론이 쏟아지는 이유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경단협 정기총회에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17년부터 불참하고 있다. 2016년 경단협 정기총회에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다. 경단협이 경제 5단체를 포함해 공개 메시지를 낸 것도 2017년이 마지막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 내 전경련 리더십 소멸로 인해 경제단체 간 목소리를 조율해 하나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동력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주요 경제단체 거버넌스가 교체되는 올해에는 이를 반드시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규제입법 폭주에…학계도 "강력하고 하나된 재계창구 절실"

경단협 부활 왜 힘받나

기업 목소리 대변하던 경단협
현재 각단체 상근부회장 모임
회장단 참가로 바꿔 위상 높여
경제단체 통합 첫걸음 삼아야

학계 "규제3법·중대재해법 이어
집단소송법 등 대응현안 산적
"경제단체도 M&A로 시너지를"

"주택 거래세를 낮춰 달라"(1991년), "원자재 위기관리 능력 제고"(2004년), "합리적 노사 관계 구축에 전력"(2009년), "임금 개편 등 스스로 가능한 노동 개혁부터 실천"(2016년), "과도한 규제 입법 말라…상법 개정안 반대"(2017년).

기업이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국내 경제단체를 총망라한 협의체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가 내놓은 정책 제언이다. 시대상에 맞춰 사용자인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목소리(상법 개정안 반대)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위한 정책 제언(주택 거래세를 낮춰 달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이 같은 경단협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단협 핵심 멤버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 농단 사태 이후 힘이 빠지며 경단협 역시 존재감을 잃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 중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수장이 바뀜에 따라 경제단체 간 대통합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물리적 통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1차 목표로 우선 경단협을 다시 활성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21일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차기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차기 무협 회장 등이 경제단체장으로 새로 부임하는 만큼, 경단협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경단협을 통해 재계 목소리를 한데 모아 국내 재계 정책 건의 창구로 적극 활용할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1989년 설립된 경단협은 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련, 무협, 중소기업중앙회 등 국내 70여 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가 가입해 있는 명실상부한 재계 대표 협의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공정경제3법, 노조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기업 규제 입법 과정에서 경단협 이름으로 나온 성명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이 30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명의로 나온 것이 그나마 가장 근접한 성명이다. 재계의 강한 반발에도 중대재해법은 올 초 원안 골자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전히 집단소송법 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불합리한 입법이 국회 심사를 대기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표 경제단체 대한상의에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전혀 국회 통과 움직임이 없다. 재계에서 "경제단체 간 하나 된 목소리를 제발 내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이유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기업도 경쟁력이 부족해지면 이를 채우기 위한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하게 마련"이라며 "현재 정책 결정에 제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며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경제단체도 마찬가지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경제단체가 튼튼한 기초 체력을 지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시대라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솔로 플레이'가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규제 입법이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지는 현시대에는 경제단체 통합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한 첫 단계를 경단협이 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재계에 필요한 것은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라며 "그 역할을 경단협이 맡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장) 역시 "이번 정부 들어 친노동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기업이 노동자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며 "사용자인 기업 측 얘기도 정부에서 적극 들어줄 수 있도록 기업 역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장들이 '잊힌' 경단협에 대한 관심을 먼저 높여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단협 정기총회는 2016년까지 경제단체장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당시 박병원 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인호 무협 회장 등이 참석하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축사를 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로 경제단체에서는 상근부회장만 참석하고 축사도 산업부 차관이 맡아 왔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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