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긴장시킨 '구 대리 시무7조'..시험대 오른 구현모號 리더십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2021. 2.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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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체질개선 방향성 두고 내부잡음..'비전 공감' 과제로
일방적 구조개편에 직원 불만
'시무 7조' 차용 내부 비판글
脫통신·디지코 전환 가속화
부실사 정리 소통부재에 반발
"수익성 위해 구조개편 불가피
대토론 등 구성원 공감이 먼저"
구현모 KT 대표이사. /KT
[서울경제]

“주가를 일으키고자 한다면, 주가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옵소서. 전년 대비 ○○% 상향의 목표 하달과 단기 실적에 목매기 보다는 미래가치를 중히 여겨 ‘전투’의 승리만을 바라보지 않고 ‘전쟁’의 승리를 꿈꾸는 폐하가 되시옵소서.”

구현모 KT(030200)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로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면서 방향성을 둘러싼 내부 잡음도 커지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구조개편을 위해 메스를 집어든 구 대표가 수익성 제고라는 고질적 문제에 더해 2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다독이며 명확한 비전을 심어줘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구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해 ‘시무7조’ 형식을 차용한 비판 글이 화제가 됐다. 사내에서는 구 대표에 대한 현장일선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스로를 ‘진인(塵人·티끌 같은 사람) 구 대리’로 칭한 글쓴이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X)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각종 불만을 토로했다. 진인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주문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킨 조은산(필명)의 호다.

내부에서 불만이 커진 것은 지난해 3월 구 대표가 취임 후 AI·DX 사업으로 무게추를 옮겨가는 탈(脫)통신 전략을 밀어붙이면서다. 구 대표는 전임 황창규 회장이 ‘AI 전문회사’를 말한 데서 한발 더 나가아 “KT는 통신기업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기업간거래(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출범시키는 등 사업부를 재편하고 내부적으로 2022년까지 1,000명의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 하에 인재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신사업이다 플랫폼이다 하며 자금을 탕진하더니 이제는 AI·DX사업을 선두에 세워 월급이 통장을 스치듯 탕진 중”이라며 “새로움을 강조해도 살아남기 힘든 이 시국에 남들 다 하는 AI를 따라하는 것에만 눈독을 들이지 말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달라”고 적었다.

KT는 구 대표가 제시한 구조개편 청사진에 따라 지난 해 연말 부터 올해까지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지난 해에는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했고, 최근 제작에도 뛰어들며 콘텐츠·미디어 사업 전개를 위해 전문 법인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부실 그룹사 정리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산업용 무전기 자회사 KT파워텔 매각을 시작으로 KT가 부실 그룹사 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존 통신 부문을 유선·무선으로 분리하거나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문제는 이런 구 대표의 방향성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도 내부 소통이 부재하자 직원들은 동요하는 분위기다. 최근 파워텔 지분 정리 과정에서도 임직원들에게조차 매각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노동조합의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한 KT 직원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많은데 이를 잠재우기 위한 구 대표의 소통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체질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의 구조개편은 전 회장들의 오랜 숙원을 답습하는 도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4월 2030 직원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간담회를 열었지만 “월급 비교는 백수와 하라”는 등의 발언으로 오히려 ‘불통’ 이미지만 부각됐다는 평을 받았다.

수익성 제고와 주가부양이라는 KT 당면과제 달성 위해 구조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회사 안팎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KT는 규모가 너무 커 성장성이 부각되지 않는 상태”라며 “오래된 저평가 상태를 극복하려면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매각과 상장을 병행하는 자회사 정리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손일곤 KT새노조 노조위원장은 “비전 찾기, 구조개편에 앞서 구태의연한 KT의 기업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신사업 방향성과 관련해서도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노사 대토론을 통해 KT 구성원들의 공감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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