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수석 사퇴 굳힌듯..설득한다던 박범계 등산 인증샷
靑 난맥상에 갈등 골 깊어져
"할 수 있는 일 없다" 판단한듯
사퇴땐 靑·檢 긴장 더 커질듯
文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申 잔류해도 檢갈등 뇌관 남아
휴가를 내고 숙고에 들어갔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출근해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당정청 고위급 라인의 설득으로 막판 잔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신 수석이 사의를 고수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파행을 차단하기 위해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이 임명 50여 일 만에 옷을 벗으면 권력 핵심부의 '자중지란'이 배경이었던 만큼 임기를 1년여 남긴 문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신 수석은 휴가와 주말에도 사의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말 사이 고위급에서 설득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검찰 검사장급 인사 발표 과정에서 배제당했다고 판단한 신 수석으로선 사실상 문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인사안에 대한 반발이란 점에서 이미 '퇴로'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연휴 전 사의를 표명했던 신 수석은 지인들에게 사의를 고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와 검찰 간 조율에 실패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좌절감을 토로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당사자인 박범계 장관은 지난주에 "더 소통하겠다.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며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 수석이 지방으로 내려가 실제 회동이 성사됐는지 불투명하다. 박 장관은 주말인 20일 SNS에 등산 사진과 함께 "지치지 않게! 기운을 차려서"라는 문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신 수석이 사퇴할 경우 2004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관으로 호흡을 맞추며 20년 가까이 인연을 맺었던 문 대통령과 관계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서 추미애-윤석열 대립이 박범계-윤석열 갈등으로 바뀌며 정권과 검찰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정 난맥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주로 예정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법무부의 일방통행식이 될 공산이 크다. 월성 원전1호기,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검찰과 정면충돌도 불보듯 뻔하다.
신 수석의 사표가 수리되면 정국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후임이 임명될 것으로 보이는데 신 수석 임명 때 거론됐던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민정수석에 비검찰 출신 기용 원칙을 깨면서까지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투입된 신 수석이 갈등만 키운 채 낙마하면 다시 검찰 출신을 기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이 신 수석의 사퇴에 무게를 두는 것은 이번 사의 파동에서 청와대 권력 핵심부의 난맥상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 수석이 잔류하더라도 정상적인 민정수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7일 발표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상관인 신 수석을 '패싱'하고 보고했다는 얘기부터 박 장관이 대통령에게 직보를 통해 재가를 받았다는 설, 아예 박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발표하고 문 대통령은 사후 재가를 했다는 설까지 쏟아져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결부시키지 말아달라"면서도 보고 과정만큼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 수석이 극적으로 잔류할 경우 일단 검찰인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표면상 봉합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 다시 터질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중대범죄수사청 등 검찰에 대한 압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검찰과 2차, 3차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만큼 문 대통령의 리더십도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하더라도 박 장관은 물론 대통령에까지 맞선 모양새로 비쳤는데 사태가 봉합되겠느냐"며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이 계속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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