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여당 이겨야 이낙연 산다..패배땐 이재명 대선 독주 [스페셜 리포트]

이상훈 2021. 2.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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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벚꽃 재보선' 후 대선 어디로 ◆

지난해 2월 공개된 지지율 여론조사는 지금과는 '숫자'가 달랐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지난해 2월 11~13일)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전 총리)가 25%,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였다. 그런데 최근 조사(올해 2월 2~4일)에서는 이 대표가 10%, 이 지사가 27%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 지사가 1위로 올라섰고, 이 대표는 뒤처진 모습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대표는 전직 총리에서 국회의원·당 대표가 됐고, 이 지사는 사법 족쇄에서 벗어나 기사회생했다. 또 이 대표는 사면 발언 논란에 시달렸고,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정책을 놓고 여야 인사들과 논쟁을 벌였다. 모두 지지율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친문(친문재인)으로 통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압도적 우위, 즉 대세론이 없는 첫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만큼 유동성이 커서 변수에 따라 경쟁이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4월 7일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두 여당 대선주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론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막판에 벌어지는 초대형 이벤트다.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에 귀책 사유가 있다. 이 탓에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됐을 때,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규정 역시 후보 공천을 하지 말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규정을 바꿔 후보를 내기로 했고 지금 경선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선거캠프 참여 경험이 많고 판세를 잘 읽는다는 평가를 받는 여야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선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그리고 두 대선주자가 받게 될 영향을 분석했다.


◆ 시나리오1. 제3후보 등장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경우다. 민주당의 귀책 사유에 더해 집값 급등, 백신 확보 논란 등으로 이번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갖게 됐다. 이런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지지율 하락에 시달려 온 이 대표로서는 한숨을 돌리는 계기가 된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당을 이끌어왔고, 대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는 3월 초 이후에는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는 이낙연 리더십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이 대표로서는 승리를 바탕으로 당내 대선주자 경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난해 초처럼 날개를 달고 지지율 1위 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반전 자체가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지율 하락세가 컸기 때문에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감보다는 안정에 기운 그간의 모습으로 볼 때, 당원은 물론 여론에 호소할 선명한 메시지를 보여줄지 미지수라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레임덕' 문제와도 연결된다. 통상 찾아오는 임기 말 레임덕을 약화시켜 문 대통령의 영향력을 유지시킨다. 이는 친문 인사들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김희경 더하기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권 심판 성격을 지닌 선거에서 이긴다면 친문 파워가 커지게 된다"면서 "이것이 선거 이후 당내 대선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내년 대선 승리에 자신감을 줄 것이다.

친문의 힘과 대선 승리 기대감이 동시에 커지는 것으로, '친문 적자' 후보를 만들려는 열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바로 비문(비문재인)으로 간주되는 이 지사에 대한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A보좌관은 "친문 목소리가 더 강해지면서 이 지사에 대한 견제도 거세질 것"이라며 "이 지사가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한 친문 의원은 "친문과 이 지사 사이에 벌어진 간극은 솔직히 말해 좁혀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은 제3후보 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자신감을 충전한 친문이 이 지사가 아니어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친노(친노무현)·친문 인사인 이광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리고 대법원 재판이 남아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민주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A보좌관은 "최근 불거진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은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규정에 따르면 대선 180일 전(9월 초)에 후보를 뽑아야 하지만 이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경선 연기론이다. 명분은 대선 후보 선출을 빨리 하면 경쟁자에게 공격의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배경에는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거부감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 지사에게는 딜레마다. 소속 정당이 대선 향배를 가늠하는 선거에서 이겼는데, 유력 주자인 자신은 견제받는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 이후 가라앉았던 갈등 전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견제를 무마시킬지는 이 지사의 정치력에 달렸다.


◆ 시나리오2. 책임론과 대세론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지는 경우다. 이 대표로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당 대표에 이어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면 패배의 파장을 직격으로 받게 되는 위치다. 대선주자로 쌓아온 정치적 자산을 잃어버리면서 하락세인 지지율이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위인 대선주자 위상마저 위태롭거나 그 이상의 치명적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는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심판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 리더십에 타격이 오는 게 불가피하고,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질 것이고, 향후 진로를 놓고 친문과 비문 간 대립, 친문 내부의 균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 보궐선거 이후에는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백가쟁명이 분출하면서 내분이 심화될 수 있다.

민주당의 패배는 이 지사에게 다른 모습의 딜레마를 안겨줄 수 있다. 이 지사로서는 유리한 입지를 가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독자적 노선을 보여준 그가 레임덕 상황에서 돋보일 수 있다. 또 친문 내에서도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 이 지사를 둘러싼 친문 분열이다.

민주당 B보좌관은 "이 지사는 대안 없는 카드로 독주할 것이고 대세론에 이를 수 있다"면서 "친문 역시 어쩔 수 없이 이 지사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은 선거에서 졌지만 이 지사는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대세론'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친문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지는 역시 그의 정치력에 달렸다.

이 지사에 대항해 대선 경쟁에 나설 제3후보가 등장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갈린다. 선거캠프 경험이 많은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지더라도 독주하는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견제는 여전할 것"이라며 "친문 색깔의 인물들이 차별화에 나선다면 이 지사의 대선 가도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이 이 지사를 흔들려고 할 것이지만 제3후보가 나오기에는 시간이 없다"면서 "보궐선거 이후엔 대선까지 시간이 1년도 안 남는다. 이건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과 관련된 게 바로 경선 연기론이다. 제3후보가 등장하고 입지를 다질 시간을 주기 위해 경선을 올해 말로 미루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독주가 아니라 복수의 주자가 경쟁하는 것이 당으로서는 유익하다는 명분도 거론된다. 결국 경선 연기론은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제기될 공산이 있는 이슈다. 이 지사로서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민주당이 패할 경우 또 다른 관건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등판 여부다. 대선 잠룡으로 꼽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는 이렇다 할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는 상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김 소장은 "레임덕의 공식화, 이 대표의 하락, 그리고 총리 교체가 맞물린다면 등판 조건이 충족된다"면서 "보궐선거 패배로 중심을 잃은 친문의 지지가 정 총리에게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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