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퀴어축제' 논란에 계산기만 두드리는 여야 후보들

김미나 2021. 2.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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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정책의 주요 쟁점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작은 지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티브이(TV) 토론에서 "퀴어축제에 가겠느냐"는 금태섭 예비후보 질문에 "도심 밖에서 해야 한다"고 답하면서다.

나경원 후보 캠프 관계자는 21일 <한겨레> 에 "성 소수자의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퀴어축제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에 대해서도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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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보궐선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채널에이(A)> 사옥에서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 소수자 정책의 주요 쟁점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작은 지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티브이(TV) 토론에서 “퀴어축제에 가겠느냐”는 금태섭 예비후보 질문에 “도심 밖에서 해야 한다”고 답하면서다. 논쟁은 이제 야권을 넘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할 분위기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21일 “인권 존중과 축제 개최는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나경원 후보 캠프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에 “성 소수자의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퀴어축제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에 대해서도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 쪽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다름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광장은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곳으로 여러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축제 개최 여부는 ‘서울시 열린광장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도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이날 <한겨레>가 퀴어축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기본 원칙은 차별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분들의 권리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포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 서울시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답했다. 우상호 후보 쪽 관계자는 “기존에 밝힌 입장과 같다”고만 했다. 우 후보는 지난 14일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당선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지 않았지만, 면밀히 따져서 결정하겠다”면서 질문을 넘겼다. 당시 박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

퀴어축제 문제는 일부 종교와 보수 진영에서 반감을 표출하면서 선거철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서울시에선 지난 2000년부터 도심에서 매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고(2020년에는 온라인 축제), 이에 반대하는 개신교 등이 인근에서 대대적인 맞불 집회를 열면서 때마다 논쟁이 돼 왔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퀴어축제는 동성애를 인증하는 제도”라고 혐오성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여야의 지지세가 혼전 양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후보들은 퀴어축제에 대한 질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개신교계를 핵심 지지층으로 하는 보수 진영에선 성 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표심의 향방을 움직일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후보들이 메시지의 강도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언주 전 의원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동성애자라고 해서 차별하면 안 된다. 하지만 동성애(행위)를 반대할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반대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소수자 인권을 빙자한 파시즘에 다름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여당 후보들 역시 개신교계 등 동성애에 부정적인 유권자층의 표를 의식하느라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할 정치권이 손 놓고 관망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에선 사회적 소수자와 차별 문제에 대한 시장 후보자들의 모호한 입장을 두고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9일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권의식으로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없다”며 “시민들의 인권의식은 달라지고 있는데, 정치인의 인권의식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노지원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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