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후보 추천까지 받았던 부장판사 '금품 수수 혐의' 입건
지난달 말 불구속 검찰 송치
범죄 입증 증거는 아직 없어
수사 대상 된 뒤 후보직 사퇴
[경향신문]
현직 부장판사가 지인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김영란법 위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장 후보에 올랐다가 수사 대상이 됐다는 이유로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부장판사를 입건해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판사는 지인에게 법률 상담을 해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년여간 A판사의 혐의에 관해 수사를 벌인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광주지검은 현재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A판사가 지인에게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제3자의 진술은 있으나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좌 입출금 내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판사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A판사는 광주지법 소속 판사들이 추천한 법원장 후보 중 한 명이었지만 대법원 고위 관계자의 사퇴 압박으로 자진 사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언론은 대법원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A판사에게 후보에서 물러나달라고 전화했다고 보도했다. A판사는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A판사가 아닌 고영구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광주지법원장에 임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법원 내부망 게시글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한 7개 법원 중 광주지법만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광주지법 법관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일부 후보자의 동의 철회 등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A판사에게 후보자 동의 철회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법원이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대법원장 스스로 무력화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법원 소속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 3인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1인을 임명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면서 2019년 도입했다.
대법원 관계자가 A판사에게 후보직과 관련해 통화한 이유는 ‘수사기관의 수사개시통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이 법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면 해당 법관의 소속 법원에 통보된다. 소속 법원 총무과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에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A판사는 “(대법원 관계자의)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화 통화가 이뤄지기 전부터 (후보직 사퇴를) 고려 중이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설희·강현석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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