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 갈등만 키운 여론조사..고심 깊어진 국토부

좌승훈 2021. 2.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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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반대여론 우세 속
사업예정지 성산읍 주민 찬성 월등
원희룡 "여론조사는 의견수렴 과정"
최종 결정자 국토부에 공 넘겨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 제주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의 큰 분수령이 될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조사를 맡은 2개 기관 모두 제주도민은 '반대', 사업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은 '찬성'이 더 높게 나오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제2공항 찬반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는 취지에서 어렵게 합의해 조사가 진행됐지만,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민심이 크게 엇갈리면서 찬반단체 간 갈등의 골이 되레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 정책 결정 고심 깊어지는 국토부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9일 "여론조사 결과는 제주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공정관리 공동위원회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며 "국토교통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에도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을 통해 "여론조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의견수렴이지 의사결정이 아니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여론조사는 참고용일뿐, 국책사업으로서 제2공항에 대한 최종 결정은 국토부가 한다"고 피력했다.

공은 국토부로 넘겨졌다. 국토부는 여론조사를 앞두고 제주도가 합리적·객관적 절차로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국토부는 주민투표법에 의해 실시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심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최종 결단을 내려야할 상황이다. 더욱이 여론조사 결과, 어느 한 쪽으로 큰 치우침 없이 찬반이 상당히 팽팽하게 나타나면서 국토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고시에 앞서 지난해 8월부터 협의기관인 환경부와 함께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국토부는 2019년 10월 본안을 제출한 후 환경부로부터 3차례나 보완 요구를 받았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환경부가 최종 부동의 결정을 내린다면,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 조사결과, 찬반단체 모두 불복 입장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제주도·제주도의회의 요청으로 지난 15~17일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각각 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도민 전체의 경우, 엠브레인퍼브릭에서는 찬성 43.8%·반대 51.1%로 반대의견이 7.3%포인트 높게 나왔다. 오차범위(95%신뢰수준에 ±2.19%포인트) 밖이다. 한국갤럽에서도 찬성 44.1%·반대 47.0%로 2.9%포인트 차이로 반대의견이 높았는데,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 포인트) 안이다.

반면 성산읍 주민의 경우, 엠브레인퍼블릭에서는 찬성 65.6%·반대 33.0%로, 한국갤럽에서도 찬성 64.9%·31.4%로 찬성의견이 2배가량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제2공항 찬성 측은 "국책사업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성산읍 주민 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갑절 높았다"며 "도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으로 나가는 길은 제2공항 건설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 국회의원 3석과 도의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절차적 정당성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내세우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왔다"고 비판했다.

반면, 난개발과 환경수용성·공동체 붕괴를 지적해온 반대 측은 '도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제2공항 백지화와 기존 제주공항에 대한 전면적인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이번 조사는 공론조사나 주민투표 방안에 버금가는 과정을 거친 만큼, 모두가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5조1278억원이 투입되는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사업 예정지가 발표된 지난 2015년 11월부터 5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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