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없는 팀 VS 선수 없는 감독, OK금융 풀세트 접전 끝 KB손보 3-2 제압

[스포츠경향]

이상열 감독이 과거 박철우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재조명되며 시즌 잔여경기 출장을 포기해 사령탑 공석상태에 놓인 KB손해보험의 선수들이 21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감독 없이 작전타임에 임하고 있다. KOVO 제공

감독을 잃은 KB손해보험과 선수를 잃은 OK금융그룹, 시즌 막판으로 순위경쟁으로 달아올라야 할 코트 안팎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21일 경기도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는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첫 경기인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전이 열렸다. 경기만으로 따지면 이 경기는 ‘빅게임’이었다. 경기 전까지 1위와 5위팀 사이에 승점차이가 10점에 불과한 박빙의 시즌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트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두 팀은 최근 배구계를 덮친 학교폭력 폭로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OK금융그룹이 과거 학창시절 학교폭력 전력 때문에 주전 레프트 송명근과 심경섭이 시즌아웃을 선언했고,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은 최근 했던 인터뷰가 발단이 돼 12년 전 폭행사건이 재조명돼 피해자인 한국전력 박철우에게 사과하고 시즌 잔여경기 출장을 포기했다.

KB손해보험은 수석코치가 없어 이경수, 박우철, 김진만 세 코치가 분주하게 선수들을 격려했다. 작전시간에도 코치들이 상의해 타임을 요청하고 선수들이 주장 김학민을 중심으로 뭉쳐 전략을 논의했다.

KB손해보험 이경수 코치는 “향후 훈련일정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며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선수들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의 표정도 무거웠다. 송명근, 심경섭 두 선수를 귀가 조치시켰다는 석 감독은 “귀가해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석 감독은 “사실 현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선수들에게도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일 저런 일이 있더라도 경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은 나도 선수들도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기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세트는 OK금융그룹이 힘을 냈다. 6-6으로 맞서던 OK금융그룹은 KB손해보험 케이타의 후위공격이 라인을 벗어나고 펠리페의 후위공격은 성공하면서 11-7로 점수를 벌렸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가 8득점을 했지만 이를 받치는 김정호의 득점이 3점으로 저조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2세트는 KB손해보험이 전 세트 패배를 되갚았다. 20-20 때까지 맞선 두 팀은 케이타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며 24-24 듀스를 이뤘고 케이타가 오픈 공격과 블로킹을 거푸 성공시켜 세트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3세트 KB손해보험은 한결 가볍게 나섰다. 케이타, 김동민, 김재휘 등의 공격이 조화롭게 터지면서 8-3으로 앞선 KB손해보험은 센터 박진우가 고비 때마다 득점을 올리며 점수차를 유지했다. OK금융그룹이 17-19까지 쫓아왔지만 케이타의 후위공격과 박진우의 블로킹, 김정호의 오픈 공격이 거푸 터지면서 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부터 펠리페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4세트 11득점을 한 펠리페는 5세트에서도 7득점으로 팀의 득점 절반 가까이를 책임졌다. KB손해보험은 4세트 블로킹을 하던 황택의가 손가락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펠리페는 21-17로 앞선 상황에서 케이타의 세리머니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으며 5세트에서도 노련한 터치아웃 작전으로 승기를 잡았다.

가라앉은 분위기는 두 팀이 풀세트의 접전을 펼치면서 중반 이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경기는 OK금융그룹이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2(25-19 25-27 18-25 25-22 15-11)로 눌렀다. 시즌 전적 18승13패, 승점 50점이 된 OK금융그룹은 승점 49점의 한국전력을 제치고 다시 4위로 올라섰다. 2연패를 당한 KB손해보험은 승점 52점으로 OK금융그룹에 3위를 내주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의정부|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