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론 반도체값 상승 호재.. 장기적 비메모리 국산화 과제

박정일 2021. 2. 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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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 영향은
삼성 美파운드리라인 6일째 스톱
품귀현상에 가격 상승랠리 기대
TSMC 차량용 반도체값 인상에
삼성 '반사이익' 거둘 가능성도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연초부터 반도체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단기적으로는 호재와 악재가 교차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20년 간 반복됐던 차량용 등 비메모리 반도체의 국산화라는 난제가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美 반도체 공장 가동중단 지속…가격 상승은 호재=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본토 전역에 걸친 기록적인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일부가 5일 째 가동중단 상태에 있다. 24시간 연속공정으로 이뤄지는 반도체 생산공정의 특성 상 라인 내에 있는 웨이퍼 폐기와 가동중단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 등을 고려하면 작게는 수백억원, 크게는 수천억원대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달러로 작년 말보다 5.26%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내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지난 2018년 메모리 초호황(2018년 4월 8.19달러) 못잖은 가격 상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차량용 반도체 등의 제품 가격을 15% 인상한 데 따른 삼성전자의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의 경우 TSMC를 대체할 만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 뿐이다.

반도체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상승에 디스플레이구동칩(DDI) 품귀현상까지 이어지면서, 모바일과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론은 또 '시스템반도체 육성'…20년 공염불 반복하나= 하지만 반도체 품귀 현상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하면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또 다시 비메모리반도체 육성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1998년부터 20년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위해 쏟아부은 돈은 7000억원 이상이지만, 2013년 2.1% 수준이었던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제 0%대로 오히려 역주행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10년 간 2조5000억원 투자 등의 내용을 담은 시스템반도체 육성 계획을 내놓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역시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완성차 업계에서 일정 수준의 물량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쉽게 진출하기 어렵다"며 "반대로 완성차 업계 역시 안정성이 최우선 고려사항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국산 시스템반도체를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수요처(완성차 업체 등)와 개발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물꼬를 터주고, 성장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래 자율주행·친환경차 육성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관련 대기업 간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美·EU 등 반도체 자국생산 압박도= 이런 와중에 세계 각국 정부가 반도체 자국 생산을 압박하는 점 역시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계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고, 미국 행정부는 조만간 차량용 반도체 등 핵심 물자의 공급망 문제를 포괄적으로 점검할 것을 지시하는 범정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반도체 산업의 아시아 등 해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요 반도체 칩의 20% 이상을 EU(유럽연합) 내에서 생산한는 것이 목표로, 삼성전자와 TSMC도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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