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성 교체' 오도이, 투헬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2. 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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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시, 사우샘프턴전 1-1 무
▲ 오도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 & 31분 뛰고 교체 아웃
▲ 투헬 "에너지가 부족했고,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역압박이 부족했다"
▲ 오도이, 분당 활동량 99.4m로 최소. 평균 속도 6.07km/h로 밑에서 3위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최근 토마스 투헬 신임 감독의 중용을 받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첼시 측면 스페셜리스트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해 31분을 뛰고 중도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해 영국 현지에선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투헬의 징계성 교체는 과연 옳은 선택이었던 것일까?

첼시가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2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고전 끝에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와 함께 첼시는 최근 5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 경기에서 투헬 감독은 주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비해 소폭의 로테이션을 감행했다. 공격진은 그대로 였다. 태미 에이브러햄이 최전방 원톱에 위치한 가운데 티모 베르너와 메이슨 마운트가 이선 공격으로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마테오 코바치치의 파트너로 조르지뉴가 아닌 은골로 캉테가 선발 출전했다. 왼쪽 측면은 마르코스 알론소 공식 대회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가운데 오른쪽 측면은 오도이 대신 리스 제임스가 책임졌다. 스리백은 티아구 실바가 부상을 당한 이후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중앙에 위치하면서 안토니오 뤼디거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좌우에 배치됐으나 이번엔 커트 주마가 스리백의 중앙이라는 중책을 수행했다. 골키퍼로는 지난 뉴캐슬과의 경기에선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선발로 나섰으나 이번엔 다시 주전 골키퍼 에두아르도 멘디가 골문을 지켰다. 뉴캐슬전 대비 총 4명의 선수를 선발에서 교체한 첼시였다.


투헬 아래에서 중용되던 선수들(조르지뉴와 오도이, 크리스텐센)이 요소요소에 빠지다 보니 평소보다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마와 뤼디거 사이의 패스 연계가 원활하지 못했고, 제임스는 다소 겉도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캉테는 뛰어난 수비 능력을 자랑했으나 자주 패스 실수를 범해 공격에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첼시는 전반전 내내 점유율에선 73대27로 압도했음에도 정작 슈팅 숫자는 3회에 그칠 정도로 공격력 부족을 드러냈다. 도리어 첼시는 33분경, 사우샘프턴 측면 미드필더 미나미노 다쿠미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우샘프턴 공격수 네이선 레드먼드가 장거리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을 당시 스리백의 중앙 지역을 책임져야 했던 주마가 지나치게 왼쪽 측면으로 쏠리면서 미나미노에게 침투를 허용한 게 실점의 빌미로 작용했다.

이에 투헬 감독은 전반전 종료와 동시에 부진했던 에이브러햄을 빼고 오도이를 교체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이와 함께 마운트가 최전방으로 올라가면서 '가짜 9번(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포지션의 선수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베르너와 오도이가 이선에 서면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이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 후반 8분경, 페널티 박스 안에서 오도이의 패스를 받은 마운트가 수비 가담을 들어온 사우샘프턴 공격수 대니 잉스에게 파울을 당한 것. 마운트는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이른 시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후반 27분경엔 베르너의 패스를 받은 마운트의 전진 패스에 이은 오도이의 리턴성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를 마운트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비록 오프사이드가 걸리긴 했으나 상대 골키퍼 손끝을 스치고선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오프사이드만 아니라면 이 경기에서 첼시가 만들어낸 공격 작업들 중 가장 연계가 빛을 발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후반 31분경, 교체 출전시켰던 오도이를 빼고 하킴 지예흐를 투입하는 다소 논란성 교체를 당했했다. 통상적으로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교체 투입한 선수를 교체로 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교체 카드 3장 중에 2장을 한 선수에게 낭비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본인의 교체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는 걸 자인하는 셈이다.

이에 투헬은 오도이를 뺀 이유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에너지가 부족했고, 그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역압박(Counterpressing: 독일어로는 게겐프레싱 Gegenpressing)'이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경기가 끝나고 해당 관련 논란이 언론지상을 가득 채웠다. 아스널의 전설적인 수비수 마틴 키언은 "교체로 넣었다가 다시 뺀 건 굴욕적인 일이다. 심지어 난 오도이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큼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는 교체로 들어와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라고 항변했다. 과거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출신 오언 하그리브스는 "이런 식의 교체 투입 후 재교체는 아마도 선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시밎어 오도이가 공격적으로 부진했던 것도 아니었다. 마운트가 페널티 킥을 얻어냈을 때 패스 연결해준 게 바로 오도이였다. 그래서 그의 교체에 깜짝 놀랐다. 난 오도이가 교체될 만큼 별로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투헬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다수의 반응이 투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로 귀결되고 있었다.

그나마 오랜 기간 아스널을 지도했던 명장 아르센 벵거만이 "감독하면서 교체 투입한 선수를 재교체한 건 딱 한 번 있었다. 당시 엠마누엘 에보우에(아스널 소속으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뛴 측면 수비수)가 정신적으로 너무 무너졌기 때문에 패할까봐 두려워서 뺄 수 밖에 없었다. 감독 경력 동안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에 재교체를 꺼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팀의 결과가 최우선이다. 오도이는 3-4-2-1의 2에서 뛰었는데 다소 겉도는 모습이었다. 난 그가 조금 더 측면에서 뛰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녹아들지 못했다. 물론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도 아니다"라며 그나마 투헬의 선택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일단 기록부터 따져보도록 하겠다. 오도이가 열심히 뛰지 않은 건 사실이다. 오도이는 31분을 뛰면서 활동량 3.08km와 평균 속도 6.03km/h에 더해 순간 최고 속도 28.12km/h를 기록했다. 그의 활동량을 분당으로 환산하면 99.4m로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들 중 가장 떨어지는 수치다. 평균 속도도 골키퍼 제외하면 중앙 수비수인 주마(5.24km/h)와 뤼디거(5.51km/h) 다음으로 느리다. 순간 최고 속도 역시 교체 출전한 조르지뉴(26.25km/h)와 지예흐(27.40km/h) 다음으로 느렸다. 통상적으로 교체 출전한 선수들은 분당 활동량과 평균 속도가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이는 이들이 짧은 시간을 집중적으로 빠르게 뛰면서 흐름을 바꿔와야 하기 때문. 이 점에서 오도이는 교체 출전한 선수임에도 최하위권에 위치했다는 점만으로도 낙제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투헬의 주장은 기록 면에서 거짓이 아니다.

문제는 오도이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지예흐마저도 의욕 없는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데에 있다. 결과론적으로 오도이를 빼고 지예흐를 넣은 건 실패로 돌아갔다. 실제 오도이의 패스 성공률이 70%로 저조한 편이었으나 지예흐는 50%로 더 끔찍했고, 오도이가 36분을 뛰면서 소유권 잃은 횟수 7회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지예흐는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더라도 18분 동안 무려 6회의 소유권을 잃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분당 소유권 잃은 횟수에서 독보적인 1위(분당 0.33회로 3분에 한 번 꼴로 소유권을 잃었다)이다. 무엇보다도 오도이는 지예흐와 비교했을 때 위협적인 배후 침투라도 보여주었다.

게다가 사이드라인에서 지시를 통해 오도이에게 더 많이 뛸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교체 투입했다가 다시 빼는 행위는 공개적으로 선수에게 질책을 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어린 선수에게 큰 상처가 될 위험성이 있다. 안 그래도 오도이는 교체되자 다소 화난 표정으로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었다.

투헬은 오도이에 대해 "힘든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내일이면 잊을 일이다. 오도이는 챔피언스 리그에 다시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과거 첼시에서 활약했던 미드필더 조 콜은 "오도이를 빼기로 한 투헬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는 선수단 전체의 사기는 물론 투헬 감독의 지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앞으로 투헬의 행동이 중요하다. 오도이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교감을 통해 이해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투헬은 오도이를 질책성으로 재교체하면서 그가 왜 성격이 강하고 다소 다혈질로 유명한 지를 일정 부분 보여주었다. 그는 오랜 감독 경력 동안 뛰어난 전술적인 능력에도 선수단 및 보드진과 잦은 불화를 일으켰던 전례가 있다.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번 오도이 건도 어떤 의미에선 이러한 단점의 연장선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고 아틀레티코와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 지 향후 행보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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