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MAGA의 사후세계 / 존 페퍼
[세계의 창]
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는 더 이상 백악관에 있지 않다. 트위터 계정도 박탈당했다. 그러나 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이하 매가) 이념은 많은 미국인의 마음속에, 대다수 공화당 정치인의 계산에, 심지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일부 정책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주의 전복 시도와 코로나19 억제 실패, 주요 입법이나 외교 정책에서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안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다. 공화당원의 53%는 공화당 후보 경선이 지금 열리면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하고, 64%는 트럼프가 이끄는 새로운 정당에 가입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인기는 그의 매가 민족주의를 넘어선다. 그는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백인 민족주의자들, 스티브 배넌이 한때 “행정국가의 파괴”라고 불렀던 것을 원하는 자유주의자들, 편협한 기독교와 전통적 가족관을 옹호하는 사회보수주의자들, 세계화·이민으로 경제적 지위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공화당의 대다수도 트럼프 곁에 섰다.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 10명만 탄핵에 찬성했고, 상원에서는 7명만 유죄라고 표를 던졌다. 앞으로 2년 동안 세 분파 사이의 전쟁이 공화당의 단합을 시험할 것이다. 트럼프는 추종자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과 하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는 모든 부류의 공화당원을 수용할 수 있는 ‘빅 텐트’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반면, 공화당 내 중도파는 트럼프와 확실한 결별을 위해 별도 정당 또는 적어도 공화당 안에서 분파를 구성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예상치 못한 매가의 지속성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새 정부는 많은 트럼프 정책을 뒤집고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약,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같은 여러 국제적 노력에 다시 동참했지만 트럼프 매가 의제의 핵심 측면도 포용했다.
예를 들어, 새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나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고 중국과 군사나 무역에 대해 계속해서 강경하게 말하고 있다. 경제 문제에서 새 정부는 정부 구매에서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구매) 조항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다른 국가에서 역외생산을 하는 미국 기업에 10%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고,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기업에는 10% 세금 공제를 제안했다.
물론 트럼프가 백악관에 매가를 들고 가기 전에도 ‘미국 예외주의’가 존재했다. 미국이 나머지 세계를 통치하는 규칙에서 예외라는 생각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초기부터 이라크 전쟁, 21세기의 지속적 드론 공격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에서 긴 계보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이 일부 국제기구에 재가입하는 등 트럼프 민족주의의 최악의 사례들을 되돌리더라도 그가 미국의 군사 예산(세계 최고), 무기 판매(세계 최고) 또는 해외 군사기지(세계 최다)를 크게 줄일 것 같지는 않다.
다행히도 바이든 정부가 ‘미국 예외주의’나 트럼프 시대의 매가 유산만 이어받고 있는 건 아니다. 특히 환경 문제에서 새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데 진정으로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은 늦어도 2050년까지 미국을 탄소중립으로 만들려고 한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미국 인프라를 재건하고, 클린 경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바이든 정부는 실제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계획이 매가와 다른 점은, 세계가 모두 위대해지지 않으면 미국도 위대해질 수 없다는 인식이다. 코로나19처럼, 기후변화는 국경이나 국가의 자존심을 따지지 않는다. 세상의 트럼프들이 이런 실존적 위기의 영향을 마음껏 부정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민족주의 철학은 글로벌 현실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라질 것이다. 핵심은, 전세계에서 매가 정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인류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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