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위기도 이겨낸 우리은행의 우승 DNA

부산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2021. 2. 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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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WKBL 제공


무슨 일이 있어도 우승을 확정지으려는 아산 우리은행과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절대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겠다는 부산 BNK 썸의 대결은 양팀 선수단에 가득 내려앉은 부담감으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결국 경험에서 앞선 우리은행이 BNK보다 나았다. 우리은행이 BNK를 상대로 ‘우승 DNA’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통산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21일 부산 금정 BNK 센터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BNK와 경기에서 55-29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정규리그를 22승8패로 마친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열리는 청주 KB-용인 삼성생명전 결과에 상관없이 통산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KB가 삼성생명을 잡으면 우리은행과 22승8패로 같아지지만, 시즌 상대전적에서 우리은행이 4승2패로 앞서 우리은행이 우승을 차지한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선수들이 안고 있는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위 감독은 “아무래도 노련한 선수가 박혜진 한 명 밖에 없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이걸 극복해야 성장할 수 있다. 시즌 막바지에 와서 나나 코치들이 기술적인 면에서 얘기할 것은 더 이상 없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온 것만으로도 선수들이 열심히 잘해줬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우승권에 있던 우리은행이지만, 선수단 개편이 이루어져 박지현이나 김소니아 같은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올라서다보니 아이러니하게 우리은행에 어울리지 않는 ‘경험 부족’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날 우리은행 선수들은 막중한 부담감 속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도하는 슛들이 번번히 림을 빗나갔다. 하지만 연패에 빠져 있던 BNK 선수들 역시 부담감이 큰 모습을 꾸준히 보였고, 결국 경기는 우리은행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박혜진(24점)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면서 버텼고, 그 사이 난조를 보였던 박지현(14점·17리바운드)과 최은실(11점)이 살아나면서 차이를 벌린 끝에 낙승을 거뒀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선수가 안 뛰는 이번 시즌 박지수를 보유한 KB를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설상가상으로 박혜진이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해 장기 이탈하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김소니아와 박지현이 주전을 꿰차며 놀라울 정도의 급성장으로 박혜진의 공백을 채웠다. 경기력은 기복이 있었지만, 또 한 명의 베테랑인 김정은이 중심이 돼 꾸준히 KB와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후 박혜진이 돌아오면서 완전체가 되는 듯 했던 우리은행은 이번엔 김정은이 발목 골절과 인대 손상으로 시즌 아웃돼 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박혜진이 흔들리는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며 코트 안팎으로 솔선수범했고, 박혜진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우리은행 선수들도 다시 마음을 다 잡고 경기력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에 그 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김진희와 홍보람 같은 선수들이 위 감독의 믿음 속에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면서 우리은행은 점점 더 단단해져갔다.

이제 우리은행은 27일 시작하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4위 용인 삼성생명을 만난다.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해보지도 못했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노리기 위해 우리은행은 다시 출발선에 선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부산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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