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긴 10대와 모텔행.. 法 "성관계 동의했다 봐선 안 돼"

이창수 2021. 2.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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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만취한 성추행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전후 사정을 면밀히 따져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형사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3년에 걸친 심리 끝에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도 상황에 따라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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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뉴스1
술에 만취한 성추행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전후 사정을 면밀히 따져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형사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3년에 걸친 심리 끝에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도 상황에 따라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2월 새벽 술에 만취한 10대 B양을 우연히 마주친 뒤 숙박업소로 데려가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양 친구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쟁점은 준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 여부였다. A씨 측은 “서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B양은 조사 과정에서 “화장실에서 구토한 뒤 술기운이 급격히 올라왔고 그 이후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술에 취해 자신이 한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A씨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숙박업소 폐쇄회로(CC)TV상 B양이 비틀대거나 부축을 받는 모습 없이 자발적으로 이동한 점, “술에 취한 줄 몰랐다”는 숙박업소 종업원 진술 등을 들어 “심신상실 상태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당시 B양이 노래방에 함께 간 친구의 신발을 신고 외투와 휴대전화를 둔 채로 이동했던 점, 경찰이 숙박업소로 찾아온 것을 알면서도 옷을 입으려 하지 않고 그대로 쓰러져 있던 점 등을 들어 “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태”로 보았다. 아울러 두 사람이 일면식이 없었고 당시 28세, 18세로 나이 차이가 컸던 점, A씨를 만나기 전 B양이 1시간 동안 소주 2병을 빠르게 마신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는 아니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A씨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블랙아웃이 발생해 피해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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