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괜찮다지만..인플레 위험 대비하는 시장

권다희 기자 2021. 2. 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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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지만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 위험'에 신경 곤두세운 시장
FT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고객들로부터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보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장기금리를 끌어 올리는 등의 경로로 자산시장에 영향을 준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당국이 이 압력을 막기 위해 통화부양책을 축소해야 할 수도 있다. 전세계 시장이 인플레이션 추이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10여년 간 사라진 듯 했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건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선포 후 나온 막대한 부양책의 영향이다. 전세계 주요국들은 팬데믹 대응을 위해 통화·재정부양책을 강화했고, 앞으로 상당기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평균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2021년 1.6%로 전년(0.8%) 대비 약 2배 오를 거라 전망했고, 씨티그룹도 전세계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2%에서 올해 2.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 인플레이션율(BEI, 미 10년물 국채금리에서 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를 빼 산출)은 이달 초 2014년 후 최고인 2.21%까지 올랐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타뷸라의 존 라이틀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고조되고 있는 우려"라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유럽 멀티자산 투자 대표인 우고 몬트루치오도 “고객들이 인플레에 대해 더 많이 질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몬트루치오는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비해 원자재와 미 금융주 등에 대한 자산배분을 늘려 오기도 했다.

FT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 추이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지난해 4월 말 배럴 당 2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최근 60달러를 돌파했다. JP모건체이스는 유가가 2014년 마지막으로 기록한 배럴 당 100달러대에 닿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경기회복세와 궤를 같이 하는 산업금속 구리가격 역시 지난해 3월 대비 70% 오르며 8년 고점인 톤 당 8400달러까지 상승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사진=로이터

옐런도 연준도 '인플레 괜찮다'…인플레→금리상승이 증시 미칠 영향 주목

그럼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들은 당분간 통화부양책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일관되게 보내고 있다. 팬데믹 충격에서 고용시장 등 경제를 회복시키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연준은 지난 17일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경제 상황이 아직 목표에서 멀고, 추가 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현재의 통화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플레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연준 등이 해결할 도구가 있는 위험"이라며 "더 큰 위험은 전염병이 국민들의 삶과 생계에 영구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보다 팬데믹 대응이 우선순위에 있다는 입장의 재확인이다.

이에 따라 유동성은 상당기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FT가 인용한 런던 컨설팅사 크로스보더 캐피탈 전망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3월 후 팬데믹 대응을 위해 약 6조6000억달러를 주입했고, 앞으로 최소 5조8000억달러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회복에 따른 과도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증시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로리 헤이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고객들로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들이 증가해 왔다면서 고객들의 주된 질문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결과로 오른 채권금리가 주식시장을 끌어 내릴 지 여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는 더 강력한 경제활동에 따른 완만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주식에 좋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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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뉴욕=임동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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