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피의 토요일'..경찰 발포로 시위대 최소 2명 사망

전정윤 2021. 2. 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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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20여일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해, 최소 두 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가 나온 만달레이 야다나본 조선소에서는 경찰 500여명이 쿠데타 항의 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선소 노동자 및 다른 시위대와 대치했다.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날 시위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불복종 시위가 한층 거세지고 이에 따른 경찰의 무력 대응 수위도 높아지리란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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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경찰 발포로 30여명 부상도
20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은 남성이 쓰러져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20여일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해, 최소 두 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날 처음으로 시민불복종 시위 관련 사망자가 나온 뒤 시위와 파업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실탄 발포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날 저녁 미얀마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만달레이에서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했던 시위대 두 명이 숨졌다고 긴급 타전했다. <에이피>와 <비비시>(BBC) 방송 등은 이날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최루탄과 발포로 대응했고, 목격자들은 현장에서 실탄과 고무탄 탄환을 둘 다 찾아냈다”고 전했다. 양곤에서 발행되는 잡지 <프론티어 미얀마>는 “사망자 중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으며, 다른 한 명은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중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머리에 총을 맞은 사망자가 소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슴에 총을 맞은 사망자는 36살 목수 텟 나잉 윈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만달레이의 자원봉사 응급 구조팀을 이끌고 있는 흘라잉 민 우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두 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며 “부상자 중 절반은 실탄에 맞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경찰은 이날 밤 10시30분(한국시각 21일 오전 1시) 현재, 사망자 발생과 관련한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 역시 이날 저녁 뉴스에서 시위 및 사상자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소수민족은 물론 시인과 래퍼 등 문화 예술인, 철도 노동자 등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망자가 나온 만달레이 야다나본 조선소에서는 경찰 500여명이 쿠데타 항의 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선소 노동자 및 파업 지지 시위대와 대치했다. <로이터>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 경찰을 향해 새총을 쐈다”며 “경찰이 최루탄과 발포로 대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현장 취재를 나가있던 자사 기자들의 말을 토대로 “경찰과 군인들이 50여발을 발포했고, 최소 1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의 발포로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이 이날 시위 현장에서 발견한 탄피와 탄약 등을 보여주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날 시위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불복종 시위가 한층 거세지고 이에 따른 경찰의 무력 대응 수위도 높아지리란 우려가 나왔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미야 트웨 트웨 카잉(20)이 입원 열흘 만인 19일 숨졌다. 토요일인 20일 만달레이는 물론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 등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카인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잇따랐다. 양곤과 네피도에서는 청년들이 화환과 꽃을 들고 나와 카잉을 추모했다.

카잉은 지난 9일 시위 도중 갑자기 쓰러졌으며 그를 치료한 의사는 “엑스선 촬영 결과 뇌에 실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언니는 피격 사건 이튿날 언론과 만나 “동생과 나는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으며 경찰을 향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동생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한 총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군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열릴 것”이라며 선거 뒤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쿠데타 저항 세력들은 새 선거를 치러 승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군부의 약속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로이터>가 20일 전했다.

전정윤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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