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가덕도 신공항 선거에 도움 안 돼도 좋아..되돌릴 수 없는 결정하겠다"

부산|김찬호 기자 2021. 2. 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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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의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해양수산부 장관, 국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더불어민주당 부산 정치인 중 유일한 3선 의원 출신이다. 여느 중견 정치인처럼 ‘보장된’ 길만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10년 전 서울에서 고향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길 때처럼 그의 선택은 ‘도전’이다. 불리할 것이 뻔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14일 부산 서면역에 있는 김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부산 진구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춘 후보 측 제공


-부산시장에 출마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부산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25년 동안 인구가 약 50만명 감소했다. 학교가 미달 사태가 나고 없어지는 곳도 생겼다. 이대로 5년, 10년 가면 극약 처방을 해도 살아날 수 없는 절망 도시가 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가 총대를 메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오거돈 전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는 비판도 있다.

“우선, 보궐선거가 오 전 시장 문제로 만들어졌다. 이 점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시민들에게 면목 없고 죄송한 마음이다. 2014년 선거는 양보였다. 하지만 2018년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해운재건계획’을 책임지고 있었다. 당시 한진해운 파산 등으로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반 토막 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장관이 출마하겠다고 할 순 없었다. 장관을 맡지 않았다면 몰라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공직자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재선까지 했다. 왜 부산에서 정치하려고 결심했나.

“사실, 서울이 여건은 더 좋았다. 2011년에 귀향했는데 그때는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출마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부산에 계셨지만 정치 참여에는 손사래 치실 때다. 큰일 났다 싶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만든 부산의 기반이 하루아침에 떠내려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정치개혁’과 ‘부산 부활’ 두가지 목표를 세우고 내려왔다. 나는 이걸 ‘노무현 이어달리기’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가덕 김영춘’이라고 하던데 무슨 의미인가.

“호를 ‘가덕’이라고 했다. 덕을 더해간다는 의미다. 가덕도와 소리와 뜻이 같다. 그만큼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절박하다. 처음 출마 요구를 받았을 때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시켜주면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신공항은 단순히 부산시민들이 여행을 편하게 가는 수단이 아니다. 부산·울산·경남은 공통적으로 중화학 공업 중심이다. 이 산업은 국제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첨단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한 마중물이 가덕도 신공항이다.”

-신공항이 어떻게 마중물이 되나.

“김해공항은 활주로 길이 문제 등으로 대형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심야 시간대에는 비행도 금지다. 이런 조건에서는 화물을 실어 나르기 어렵다. 그래서 인천공항만 이용한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약 1조달러 정도 된다고 하면 99.5% 이상이 배로 운송한다. 그런데 약 0.5% 정도 되는 항공화물의 가격 비중은 30~34% 정도다. 항공화물이 굉장히 고부가가치라는 것이다. 이런 화물들을 인천공항으로만 실어 나르다 보니 첨단산업이 전부 수도권에 모인다. 동남쪽 끝에 있는 부산은 소외되는 구조다. 이걸 한번 바꿔보자는 것이 가덕도 신공항이다.”

-국민의힘 측도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내세우는데.

“숟가락 하나 들고 밥상에 앉는 격이다. 그럼에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과거 행보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일부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고추 말리는 공항을 또 짓냐’며 비아냥댔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정말 화가 났다. 그런 사람들이 가덕도 신공항 지지 여론이 높으니 이제 와서 지지한다고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공약대로 신공항 건설을 시작했으면 지금쯤 완공됐을 것이다. 이게 ‘잃어버린 10년’이다. 이에 동조한 것이 국민의힘 아닌가.”

-여론조사를 보면 신공항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돼 선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도움이 안 되면 또 어떤가. 그 자체로 부산에 좋은 일 아닌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부산시민들이 ‘그때 민주당이, 김영춘이 안 밀어붙였으면 가덕도 신공항 못 했다. 참 고맙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선거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부산에 필요하니까 한다.”

지난 2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부산 진구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춘 후보 측 제공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에 비해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후보는 자기 책임하에 큰일을 맡아서 해본 경험이 없다. 나는 위기에 처한 조직, 산업을 이끌고 부활시켜본 경험이 있다. 부산의 미래를 바꿀 설계도도 갖고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얻을 자신이 있다. 장관이나 민주당 간부들과도 언제든 전화하고 만날 수 있다. 부산을 위한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결정들을 임기 동안 하겠다. 박 후보는 야당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번 부산시장 임기는 문재인 정부 임기와 겹친다. 국회도 180석에 달하는 민주당이 주도하지 않나. 야당 시장이 당선되면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 나는 할 수 있다. 그게 결정적인 차이다.”

-박형준 후보 측의 ‘어반루프’ 공약을 비판했는데.

“그야말로 ‘얼빵’루프다. 어반루프는 초고속 교통수단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전 세계 어디도 실용화한 적 없는 실험단계 기술이라는 점이다. 안전성과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2030년까지 완성하겠다는데 터무니없다. 어반루프로 가덕도 신공항에서 해운대까지 15분 내에 간다고 한다. 그거 안 해도 동해남부선 철도가 있다. 25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을 이 철도망에 연결할 수 있다. 6㎞ 정도의 철도만 새로 건설하면 된다. 부산연구원 계산으로는 19분 내에 가덕도 신공항과 해운대가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 측이 토론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응하겠다.”

-한일 해저터널은 어떻게 생각하나.

“황당 공약이다. 부산은 대륙의 종착역이자 해양으로 나가는 기점이다. 그런데 터널이 뚫린다면 부산을 패싱할 수 있다. 대륙의 끝이 일본이 되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 말 대잔치인가.”

-그럼에도 부산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유리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부산에 후보를 안 냈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말뚝만 박아도 당선되는 상황이다. 과연 그게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될까. 이 때문에 불리한 줄 알면서도 출마했다. 시민들이 부산의 어려움을 알고 김영춘이 제일 낫다는 것을 인정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3월이 넘어가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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